경기도 남양주에 자리하고 있는 운길산 수종사.
마지막 가을을 보자기에 싸느라 수종사도 바쁘다.
운길산 입구에서 2km 정도 가파른 길을 호흡을 몰아쉬며 올라가면 청아한 목탁소리가 들린다.
수종사 오르는길이다.
연한 파스텔을 마음껏 흩 뿌린것 같은 단풍의 채색들이 질서를 찾아 제 자리에서 얌전하게 부드러운
화장을 하였다.
수종사 마당에 들어서자 마자 두물머리로 눈을 돌렸다.
두물머리의 전체적인 정경을 가장 멋지게 볼 수 있는곳이 수종사란다.
오늘은 하늘이 좀 어색하고 햇볕이 강열해서 두물머리의 선을 정확하게 볼 수 없음이 안타깝다.
물소리가 종소리다.
세조가 피부병을 얻어 오대산에서 치료를 받은뒤 배를 타고 두물머리에 이르러 하룻밤을 보내는데
어디서 청아한 종소리가 들렸다. 날이 밝아 종소리가 나는 곳으로 걸음을 한 왕은 동굴에서 18나한상을 발견한다. 은은한 종소리는 다름아닌 동굴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였다. 왕은 열여덟 분의 나한상을 모시고는 ‘물위로 종소리가 울리는 절’ 수종사(水鐘寺)를 지었다.
수령 520년 된 은행나무다.
세조가 심은 나무라 한다.
500년 넘게 긴 세월을 왕의 음덕을 입고 수종사를 업고 두물머리를 지키면서 남한강물과 북한강물이
제대로 섞여지도록 기운을 모아왔다.
아직도 빛깔이 곱고 자태가 늠름하다.
앞으로도 천년은 족히 두물머리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결연하다.
해탈의 문이다.
저 문을 지나면 해탈을 할 수 있다.
얼핏 듣기에는 거짓말 같지만,
속세의 허튼 욕망을 굳이 버리려 하지말고,
인간에게 욕망이란 지극히 자연스러운것이므로
작은 욕망들을 아름답게 다스릴수만 있다면 해탈 할 수도 있다.
해탈의 문을 지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굳이 아름답다고 이름 붙이지 않아도 그냥 자연스럽다.
수종사 경내에 있는 삼정헌에 들르면 녹차를 무료로 내어준다.
수종사의 좋은 물 맛에 녹차를 우려내면 천상의 향기가 베어나온다.
녹차의 향기는 속세에 찌든 나에게 부처님의 공양의 의미를 진하게 일러준다.
내가 과연 이 공양을 받아들어 부끄럽지 않을만큼의 덕행을 행하였는가를 재어본다.
녹차를 든 내 손이 부끄럽고,
향기를 맡는 내 코를 숨기고 싶다.
보성에서 자연산 차 나무를 가져와 분에 심었는데,
그 열악한 조건에서 멋진 차 꽃을 피웠다.
처음보는 꽃이다.
은은한 모습이며 고운 자태가 매화꽃과 닮아있어 나는 그에게 이름을 붙였다.
추매秋梅...
가을의 향기 가을매화....
수종사에서 등산로를 따라 1km 올라가면 운길산 정상이다.
운길산 정상에는 가을이 떠나고 겨울나무들이 가지들만 비벼대며 얼씨년스런 휘파람을 불고 있다.
팔당댐을 지나 한강을 따라 내려오는 길에 검단산의 가을을 한 컷 담았다.
검단산에도 가을은 외출 준비하느라 바쁘다.
다시 돌아온 서울의 도심은 밋밋하게 변화가 없다.
그저 가로수의 채색만 철따라 조금씩 바뀔뿐....
오늘은 종일 운길산의 수종사에서 물감을 얻어다가 두물머리에 풀어서 멋진 그림을 그리고 왔는데,
도심의 빌딩들은 딱딱한 어투로 나에게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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