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아름다운 동행
山 行

22. 우면산

by 桃溪도계 2006. 9. 10.
반응형

 

1. 산행일시 : 2006년 9월 10일

2. 위      치 : 서울시 서초구

3. 산행코스 : 예술의 전당 - 대성사 - 전망대 - 소망탑 - 범바위약수터 - 헬기장 - 공군부대 - 전원

                  마을 - 남태령

4. 산행시간 : 2시간

 

 

 

**

소가 엎드려 잠자는 모습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우면산에 오르기로 했다.

늘 가까이 끼고 있으면서도 가 볼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마침 9월의 하늘이 맑고 높은날을 택하여 우면을 알현하기로 했다.

예술의 전당쪽으로 오르기 위하여 분수가 있는 육교를 건너야 한다.

맨날 차를타고 지나다니면서도 건너 볼 기회가 없었는데 구름다리 같은 멋있는 육교를 건너는 기분이 괜찮았다.

 

예술의 전당 옆길엔 이른시간에 외국인들이 운동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콘크리트 구축물과 예술의 전당의 멋있는 건축물 주변에는 운동하는 외국인과 개 한마리 뿐이다. 순간 이국적인 분위기에 나를 잊었다.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달개비 꽃이다.

연보라색의 꽃이 너무 이쁘다. 귀하게 여기는 왠만한 난초 꽃 보다 더 화려하다.

인생이 그러하다.

별 볼일 없는 인생이라도 때를 잘 만나면 순간에 횡재하지만, 아무리 잘 나도 때와 장소가 엇갈리면

패가 꼬이는법이다.

인간들은 그 결과만 가지고 인생을 평가하는 근시안으로 잘난 척 하며 살아간다.

산행을 할 때나 길을 걷다가 지칠때쯤에 만나는 달개비 꽃은 그 보라색의 신선함이 기운을 돋운다.

 

우면산의 전망대 부근에 지적삼각점 이라는게 있다.

지적측량의 중요한 기준점이라는데,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아닌듯하다. 

아뭏던 산행에서 얻는 상식이 즐겁다.

 

 

소망탑은 흔히 마을주변 뒷산에서 만날 수 있는 돌 탑이다.

인간의 나약함을 위로받기위하여 돌탑을 쌓아놓고 돌탑을 향해 두손을 모으고 절을한다. 

인간의 우매함인지, 아니면 절대지존에 대한 경외심인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두서너명이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소망한다. 두손을 모으고 숭고한 마음으로 가족의 안녕과 국태민안을 위해 정성스런 기도를 소망스럽게 담는다.

 

하늘 끝자락 저 멀리 도봉산이 엎디어 있다.

지난주에 저 능선을 따라 쭈욱 걸었는데, 오늘은 그 반대편 남쪽을 감싸안고 서울을 한 바퀴 도는듯 하여

감회가 새롭다.

 

 

 

우면산은 높거나 깊은산은 아니지만,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여박혀 있어 산림이 울창하다.

산속에 사람들만 없다면 밀림같은 느낌이 든다.

주말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우면산에서 긴 하품을 한다.

우면산은 독 같은 인간들의 하품을 되새김질 하느라 바쁘다.

그 틈새로 저 콘크리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 까지 소화하느라 정신없다.

인간들은 젖이 안 나오는 엄마품을 끌어안고 철 없는 아기들처럼 의식없이 쭐쭐 빨아댄다.

산이 지쳐간다.

엄마가 피곤하다.

 

 

파스텔같은 무당벌레의 아름다움이 싸늘한 가을바람에 애처롭게 떨고 있다.

이제 날씨가 더 추워지면 저 무당벌레는 아름다운 색깔을 지울테야.

내년봄에 또 다시 유전의 명을 받아 더 고운옷으로 갈아입고 내 앞에 나타날테지.

그 옛날 내가 사랑했던 애인이 오랜 기다림에 지쳐서 어설프게 쭈뼛거리는 날 찾아 왔던것처럼...

 

 

죽은 고목에서 새로운 넝쿨나무가 자란다.

어디 이름모를 씨앗이 정처없이 떠 돌다 고목나무 품에 사뿐이 내려 앉았다.

생명.... 그 고귀한 이름으로 아름다움을 이어간다.

나는 생명에 대해 더 이상

입을 다문다.

 

산행도중 군데군데 참호를 만난다.

군인들이 군사훈련용으로 만들어 놓은 참호에는 왠지 섬뜩한 기분이 든다.

참호곁을 돌아가면서 그 옛날 보초를 서던 회상을 꺼집어냈다.

아무도 찾는이 없는 참호속에서

국가가 뭔지, 내가 누군지, 적군은 왜 존재하는지를 곱 씹으며 청춘을 익혀가던 참호에는 지금 아무도 없다.

산행을 나선 나의 회상만 잠시 쉬어 갈 뿐이다.

 

 

남태령 전원마을 풍경이다.

도심의 변두리에 고즈넉한 한가로움이 묻어나는 마을이 평화롭다.

저 멀리 관악산이 병풍처럼 둘러 쌓여있는 전원마을은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한번쯤 쉬어가고 싶은 마을이다.

 

전원마을 텃밭에는 땅콩꽃이 노랑색을 마음껏 뽐낸다.

인간들이나 벌, 나비가 꽃에 눈이 팔려있는 틈을 노려 땅 밑에는 땅콩이 야물어져간다.

 

 

추석 제삿상에 올려 놓을 알밤을 생산하기 위해 밤 송이의 가시가 한껏 성이 나 있다.

 

우면산 종주는 남태령에서 관악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허리가 잘려져 허느적거린다.

다시 하늘 높은날을 가려 우면산에서 남태령고개를 질러 관악산을 이어가는 산행을 해 볼 작정이다.

우면의 아픔을 지우기위해, 나의 아픔을 달래기위해...

내가 살아가는 핑계를 만들기위해 나는 다시 산을 오르리라.

728x90

'山 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 북한산 - 삼각산  (0) 2006.10.01
23. 광덕산  (0) 2006.09.24
21. 도봉산  (0) 2006.09.03
16. 마니산(강화도)  (1) 2006.08.04
15. 구룡산, 대모산  (0) 200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