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아름다운 동행
山 行

15. 구룡산, 대모산

by 桃溪도계 2006. 7. 30.
반응형

1. 산행일시 : 2006년 7월 30일

2. 위      치 : 서울시 강남구

3. 산행시간 : 2 시간

4. 산행코스 : 구룡터널 - 개암약수터 - 구룡산 정상 - 대모산 정상 - 수서역

 

 

장마철에 산은 풍부한 수분을 흡수하기도 하지만, 자칫 넘쳐나서 몸살을 앓기도 한다. 구룡산 입구에도 긴 장마의 흔적을 남겼다. 아카시아 나무가 키대로 자빠져서 개선문을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운치 있어 보이기도 한데, 그 보다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수분을 맘껏 품은 산은 살아있다. 평소에는 갈증에 목말라하던 작은 계곡들이 아기자기한 폭포를 만들었다. 산이 시원하고 내가슴도 시원하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나 억지로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는 저 계단이 지옥으로 가는 계단으로 느껴질것이고, 건강한 사람이 즐거운 마음으로 산을 올랐다면 천국으로 가는 계단처럼 느껴지겠지.

 

장마 때문일까. 말뚝으로 박은 나무에 싹이 돋았다. 그 옛날 원효대사가 큰 절 마당에 지팡이를 꽂았는데 그것이 몇백년 동안 자라서 절을 지키는 명분을 보태는것처럼 저 나무도 저 상태에서 뿌리를 내릴까. 생명이란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할까.

 

말뚝으로 박은 나무 뿐만 아니라, 나무를 가공해서 만든 의자옆에는 이끼와 뱀고사리가 뿌리를 내렸다. 누가 감히 생명을 가벼이 말하는가.

 

밑둥이 잘려나간 소나무도 새 싹을 틔우면서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다. 이 새싹은 큰 나무로 자랄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지금은 장마로 수량이 풍부해서 저런 희망적인 모습이지만, 장마가 지나고 가뭄이 들면 이내 시들어질것 같다. 그것도 자연인것을 뭐라 간섭 하겠는가.

 

아무래도 장마철 구룡산의 주인은 버섯이다. 저마다 살길을 찾아서 땅을 뚫고, 아니면 나무에 붙어서 쑥쑥 올라온다. 올라갈때 다르고 내려올때 다를만큼 쑥쑥 자란다. 살아있는 산의 힘이 불끈불끈 느껴진다. 이렇게 아름다운 버섯들을 품어내려고 1년동안 땅속에 균을 묻고 이제나 저네자 기다리다 한꺼번에 쏟아 올라오는 버섯이 아름답다.

왜 올라왔을까. 올라오면 저마다 다시 종균을 퍼뜨리고 죽는걸까.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유전인자의 법칙을 고스란히 이어받아서 때를 기다렸다가 올라오는 버섯은, 자기의 모습과 올라오는 시기를 어떻게 기억할까.

 

 

 

버섯이 찐방같이 생겼다. 골프장에서 이 버섯을 보면 골프공 같이 보인다.

 

 

 

 

아래버섯은 아카시아나무에 주로 기생하는 버섯인데, 한가지 신기한것은 분명히 살아있는 나무에 기생하는건 맞는데, 아무래도 저 버섯은 앞으로 아카시아나무의 죽음을 예고하는것 같은 불길한 느낌을 준다.

싱싱한 아카시아 나무에는 저 버섯이 잘 달라 붙지 아니하고, 좀 비실비실한 나무에는 귀신같이 알고 붙어 있다.

 

 

 

남의집 대문에 기둥으로 가공된 나무에 버섯이 자리를 텃다. 장마에 충분한 수분을 흡수한 이유이겠지만, 그렇게 단순한 논리로 생명의 경이로움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

 

그리 높지 않은 아담한 정상이지만, 산이 낮다고 정상에 오르기가 쉬운건 아니다. 작던 크던 산은 그들만의 자존심과 나름대로의 위상이 있다.

 

텃새 부리며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서울 강남의 빌딩들도 산 아래에 다소곳이 엎드려 있다. 

 

꽃은 어디에서 피어도 아름답다. 특히 산행로 주변에 간간히 한 두송이씩 피어 있는 꽃은 그 자태가 넘 고고하고 아름답다.

 

 

 

대모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누가 심었는지 모를 무궁화나무 한 그루가 있다. 혼자서 등산객들에게 애국을 이야기한다.

현 정부도 헌신짝 같이 버린 애국을 저 무궁화만 끌어안고 있는것같아 힘겨워 보인다.

 

 

누구의 휴식을 기다리는걸까.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이든 가리지 않고 무심하게 자리를 다 내어준다.

뭘 얻겠다고 산을 오르는지 모르지만, 아직은 얻는것 보다는 버릴게 더 많다.

얻을게 더 많은 산을 오르는 날, 나는 하산하리다.

 

바위 반쪽이 떨어져 나갔다보다. 저렇게 이가 빠진 동그라미처럼 외롭게 대모산을 지킨다. 저 바위에게 짝을 찾아 주려면 저 바위가 밑으로 떨어져 내려가야할까. 아니면, 밑에 떨어져 있을 반쪽을 가져와서 저기에 맞춰야할까.

728x90

'山 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 도봉산  (0) 2006.09.03
16. 마니산(강화도)  (1) 2006.08.04
14. 청계산(4)  (0) 2006.07.25
13. 오대산(소금강)  (0) 2006.07.08
12. 청계산(3)  (0) 2006.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