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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山 行

12. 청계산(3)

by 桃溪도계 2006.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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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행일시 : 2006년 6월 24일

2. 산행코스 : 원터골 - 헬기장 - 매봉 - 원터골

3. 산행시간 : 3시간 20분

 

  변함없이 청계산은 거기에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를 꼬드겨서 산행에 동행했다. 날씨가 무

더운 탓에 쉬이 지치는 산행이다. 지리산 종주 산행이후로 20여일만에 오르는 산인데 나에게도

힘이든다. 날씨 탓일까. 아니면 새벽에 스위스전 월드컵 축구를 시청하느라 잠을 설친 탓일까. 아무때나 가볍게 뒷동산 같이 오르던 산이었는데 오늘은 태산보다도 힘에 겹다.

 

  여느때보다 사람들이 북적인다. 더위를 식히러 온 사람들인지. 아니면 몸이 건질거려서 탈출구를 찾기위해 올라온 사람들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7부능선쯤 올랐을까. 아들놈이 꽤를 낸다. 힘들다고 투정도 부리고 입을 삐쭉거리며 내려가자고 보채기도 한다. 본인이 원치 않는 산행길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발을 헛디뎌 삐긋했다. 다리를 주무르면서 타일렀다.

 

  도살장에 소가 끌려가듯 꽁무니를 빼면서 계속 남은시간을 채근하며 겨우 정상에 올랐다. 언제나 처럼 정상은 나를 키우고 겸손한 마음을 갖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산에 오르는가보다. 올라올때 약속했던 아이스크림 두개를 사서 하나씩 입에 물고 더위를 식혔다.

 

  정상부근에서 내려오는길에 막걸리 파는 곳에 들러 막걸리 한사발을 둘이서 나눠 먹었다. 목도 마르고 힘이 드는 모양이다. 막걸리를 쭉쭉 들이킨다. 나도 한결 수월해진다. 하산길에 길을 잘못들어 옛골로 들어섰다.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다시 되 올라와서 원터골로 방향을 겨우 잡았다. 동네 부근에 있어 자주 오르는 산이지만 매번 오를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길이 다르다.

 

  6월의 푸른 물감이 뚝뚝 떨어지는 청계산에서 마음을 녹색으로 물 들이고 오는 느낌을 누가 알랴. 매번 산행에서 힘을 얻지만, 나는 아무것도 산에 베풀지 못한다. 오직 산을 괴롭혀 나를 넓힌다. 언제까지나 산이 나를 품어줄까. 내가 죽을때까지 품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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