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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山 行

14. 청계산(4)

by 桃溪도계 2006.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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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1. 일시 : 2006년 7월 23일

2. 등산코스 : 원터골 - 원터골 쉼터 - 헬기장 - 매봉 - 원터골 쉼터 - 원터골

3. 산행시간 : 1시간 40분

 

 

장마철이라 보름정도 산행을 하지 못해서 몸도 꼬이고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안정이 필요하다.

큰 산에 갈 계획이었으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기가 죽어 한발 물러섰다.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구룡산을 바라보노라니 불현듯 뛰쳐 나가고 싶다.

주섬주섬 챙겨서 밥도 먹지않고 청계산을 향했다. 청계산 원터골입구에 내려서 산으로 들어가니 묵은 채증이 내려간다. 때마침 장마철이라 수량이 풍부해서 계속이 시원하다. 

 

앞뒤 안가리고 산에 오기를 잘했다. 그런데 뭔가 쫒기듯 마음이 급하다. 원터골 쉼터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청계산에 안기었다. 입구에 살아있는 나무에 이끼가 시퍼렇게 앉았다. 새삼스럽게 느껴지면서도 생존의 본능에 경이감을 감출수가 없다.

 

새로운 생명은 언제봐도 싱그럽고 자랑스럽다. 갓 낳은 돼지 새끼도 그렇게 이쁠수가 없듯이 죽은것 같은 나무 몸통에서 돋아나는 새순도 예사롭지 않다. 오늘따라 새순에 정이 가는것은 왜일까.

그래도 새순과 싱싱한 이끼를 느끼면서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다.

 

이마에 땀이 베이고 호흡이 가빠질 즈음 맞은 나리꽃 종류이다. 글쎄, 나리꽃 종류가 맞는것일까. 그냥 내 짐작일 뿐이다. 나리꽃 보다는 난초 종류에 가깝다. 여하튼 아름답고 꽃잎이 나리꽃보다 절반도 안되는게

앙증맞다. 기분이 풀린다.

 

진짜 나리꽃을 맞았다. 언제봐도 정겹고 아름답다. 이때쯤이면 산천 천지에 아름답게 피어나는 나리꽃은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친근하다. 아무리 봐도 지겹지 아니하고, 아무때나 봐도 식상하지 않고, 그 생김이며 자태가 아리따운 처녀의 품새를 고루 갖춘 나리꽃을 난 사랑한다.

 

이건 또 무슨 꽃일까. 이것도 나리꽃일까. 색깔이 노랗다. 나리꽃처럼 생겼지만, 색깔이 다르고 꽃술도 다르다. 무슨꽃인지 궁금하다. 그렇지만 꼭 알고싶지도 않다. 그냥 내게 아름답게 다가와서 스치듯 지나가면 그만인것을 꼭 알아서 무엇하랴. 괜히 어설프게 이름 알아서 아름다운 꽃에게 상처라도 주면 어쩔려구 괜히 걱정이 앞선다. 아무튼 아름다운 꽃에 이름모를 벌 한마리 꿀 따기에 여념이 없다. 나도 저 벌처럼 뭔가에 푹 빠지고 싶다. 이런저런 걱정 다 접고 한가지, 단 한가지 생존을 위한 천연덕스런 몸부림은 아름답다.

 

돌문바위 못가서 호흡을 몰아가며 잠시 머뭇거리는 눈길에 솥뚜껑만한 버섯이 나를 반긴다. 장마의 습기를 충분히 받아서 이렇게 멋있게 자랐나보다. 생명 하나하나가 저 마다의 역할과 의무를 다 한다는게 너무 생경스럽다.

 

 

오늘도 여전히 돌문바위에는 무슨 기를 받겠다고 저렇게 맴맴돌며 기원을 아끼지 않는다.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 저 사람들은 저렇게 전설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 아무도 안 돌때는 쭈뼛쭈뼛 하다가도 어떤 한 사람이 돌면 모두들 앞 뒤 안 다투고 돌고 돌면서 전설을 만든다.

 

매봉에서 막걸리 파는 아저씨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나무가 버릇없이 뿌리를 내린건지, 아니면 바위가 심통을 부려서 이렇게 생겼는지 모르지만 이 모습 또한 자연스런 자연이다. 누가 이 자연에 시비를 할까.

 

매봉 정상 부근의 작은 돌문이다. 작은 틈으로 보이는 작은 세상이 꼭 마음에 든다. 나도 저렇게 가장 작은 모습으로 소박하게 검소한 세상을 살다 갈 수는 없을까.

 

매봉에서 내려오는 길에 충혼비에 들렀다. 공군 훈련도중에 비행기나 헬기가 추락한 장소에 세워진 충혼비에서 나도 모르게 절 두번을 올렸다. 무엇을 빌었으랴. 글쎄. 그냥 절 두번 했을뿐, 난 뭘 바란게 없었다. 영령들의 충정을 존경한다.

 

 

계곡에 들어가 작은 폭포를 잡느라 자빠졌다.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허겁지겁 쉬지도 않고 쫒기듯 다녀온 산행이었다.

청계산에 나는 왜 갔을까.

왜 그렇게 급히 다녀왔을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아마 내가 지금 많은 고민에 쌓여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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