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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記 行

9. 홍도기행

by 桃溪도계 2006.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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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   시 : 2006년 5월 5일

  2. 참가자 : 가족 5명

 

  **

  내 생에 처음의 만남이다. 붉은 섬 홍도와의 포옹을 위해 아침 7시 목포 여객선 터미널에서 표를 구한다. 일기가 불순하여 내일 돌아올 수 없단다. 그렇게도 기다렸던 아름다운 홍도였는데 그녀를 만날 수 있게 허용된 시간이 잠시의 머뭇거림이라니 허탈하다.

 

  하는수없이 당일 돌아오기로 하고 배를 탓다. 날씨가 몹시 흐리다. 선원들은 바닷날씨는 하느님도 모른다고 했다. 오직 용왕님만이 그 날씨를 알 수 있다며 흘리듯한 미소로 답한다.

 

  원래 계획은 먼저 흑산도에 내려 트래킹과 유람선 구경을 마치고, 다시 홍도행 배를 타고 홍도에 닿아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홍도를 실컷 안고 뒹굴어 보고, 다음날 홍도 유람선 관광을 마친후 목포로 돌아오는 예정이었으나, 일기가 질투하는 바람에 흑산도는 포기하고 곧바로 홍도만 들러오기로 작정한 여행이되었다. 

  홍도를 향해 절반쯤 갔을까. 파도가 높아지고 배가 몹시 울렁거린다. 손님들 중 일부는 벌써 배멀미에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다들 뭔 곡절이 있길래 홍도를 만단다고 아침부터 야단법석이더니만..... 홍도는 지조가 있어서 그렇게 쉽게 얼굴을 내어주지 않는다. 다들 심한 멀미증세에 힘들어 한다.

 

  검은 섬 흑산도에 접안하여 손님들을 내려놓고, 만나자 이별이라 그냥 멍하니 바라볼수 밖에없다. 하기사 정이 들지 않았으니 이별도 쉽다. 그냥 아쉬움만 조금 남았지 서러움은 없다. 목포항을 떠나 2시간 20분만에 쾌속선 뱃고동이 두번 울리더니 어여쁜 섬 홍도의 치맛폭을 들출수가 있었다.

 

  예정된 점심식사를 하고 선착장에 나가 바닷물에 쩔은 할머니의 손등으로 썰은 해삼과 전복 같은 해산물을 맛 봤다. 쌉싸름하게 느껴오는 해삼 특유의 향긋함이 홍도의 정을 이끌었다.

 

  홍도는 바위로 이루어진 섬으로서 섬 안에서는 아무것도 볼게 없다. 깃대봉(300미터)만 덩그렇게 바다를 지킬 뿐, 주변에는 바다만이 무심하게 홍도를 감싸고 있다. 홍도 일주 유람선에 올랐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감칠맛나게 섞어내는 해설하시는 아저씨가 일행을 반긴다.

 

  유람선을 타고 일주하는 홍도는 가히 절경이다. 아직 금강산에 가보지 못했지만, 금강산의 경치가 홍도만 할까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갖가지 기기묘묘한 바위와 형상들이 꼭 꿈속에서나 볼 법한 경치다. 짧은 어휘능력으로 홍도의 비경을 설명할 수는 없다. 그냥 일주했다는 내용만으로 마무리할 수 밖에 없다.

 

  유람선에서 내려 갖가지 건어물을 구입했다. 할머니들이 현지에서 직접 생산했다고 자랑하는 미역이며 김 같은 해산물을 두세보따리 챙겨서 돌아오는 뱃길에 몸을 실었다.

 

  날씨가 하루종일 우중충하다. 내일 풍랑을 예고하듯 짜증스런 얼굴을 펼 생각을 않는다.

홍도는 그냥 놔두고 돌아오는 뱃길에서 '홍도야 울지마라, 오빠가 있다 ~~' 노래를 듣는다. 아련히 그냥 묻어두고 오기엔 아쉬움이 많지만, 어쩔수 없다.

 

  언제든 홍도에 가면 홍도는 변심않고 나를 기다릴 것이다. 척박한 홍도의 환경에서 홍도사람들은 홍도를 사랑해 달라고 애걸한다.

 

  홍도야 기다려다.

  내 언제 너를 품으러 다시 들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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