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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記 行

18. 보문사

by 桃溪도계 2006.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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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    시 : 2006년 8월 4일

2. 장    소 :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군 석모도에 위치한 보문사는 신라 선덕여왕 4년에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며, 작은섬에 자리잡은 보문사는 섬 규모에 비하면 큰 절이다. 이 작은섬에 무슨 연유로 이렇게 큰 사찰을 지었을까. 궁금하다.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발원하여 기와장에 적고는 1만원을 내고 불사한다. 최근 각 사찰마다 신축건물이나 지붕개량공사는 거의 다 신도들의 기부형태의 일환인 기와불사 방법으로 진행한다.

갖가지 소원들도 많지만, 아래에 평화로운 조국을 기원하는 대국적인 기도문을 작성한 사람이 누굴까.

정치하는 사람일까.

조국의 안위를 날마다 걱정하는 민족주의자일까.

아니면, 조용하게 국가의 안녕을 비는 소 시민일까.

 

단청을 새롭게 단장한지 오래되지 않았나보다.

최근에는 단청일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각 사찰에서는 애로사항이 많다고 전해진다.

단청을 하면 목재에 벌레가 먹거나 햇빛이나 빗물에 바래거나 썩는걸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정갈하고 세밀하게 그려넣은 화공은 단순히 돈 벌기 위해서만 저 일을 했을까.

사찰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곁들였을까.

 

 

 

 

낙가산 보문사 대웅전 뒤에 멋지게 자리잡은 눈썹바위 밑에 마애관음보살상을 오르는 계단길이다. 500여개의 계단을 대리석으로 만들었는데, 계단을 오르면서 석모도의 앞 바다가 점점 커진다.

호흡을 몰아가면서, 때로는 진정시키면서 오르는 대리석 계단길은 오르기 편해서 좋긴 하지만, 굳이 이런 장엄한 대리석 돌 계단이 필요할까.

마애관음보살상을 오르고자 하는 관광객들이나 신도가 많아서 안전을 위하여 만들었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거추장스럽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마애관음보살상은 1920년경에 만들어진 좌상이다.

수직벽에 저 보살상을 새기느라 많은 불공을 드렸을 스님의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는듯 하다.

자연석의 바위에 마애석불좌상을 새기면서 입체감을 주기위해서 주변의 바위를 다 깨어내느라 부처님의 불심을 빌렸겠지만,

부처님이 원하는 일은 아니었을텐데, 왜 스님들은 부처님 핑계를대고 저 바위를 깨어냈을까.

본인이 득도를 위한 정진의 한 방편이었겠지.

 

어부가 건져 올렸다는 23나한상이 모셔져 있는 석실사원이다.

자연적인 바위동굴을 사원으로 만들었는지, 아니면 바위 전체를 뚫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특이하고 심연한 느낌을 주는 사원으로, 우리나라 사찰이라기보다는 티벳이나 동남아시아에 있는 사찰의 분위기를 많이 닮았다.

 

석실사원 바로앞에 있는 600년된 향나무다.

향내음이 은은하게 경내에 퍼진다.

향나무가 뒤틀어진 모습을보니 보문사의 역사와 그 간의 아픔이 고스란히 베어있는것 같기도 하다.

 

 

 

오후 5시를 넘길쯤 스님 세명이 번갈아가며 법고를 두드린다.

북소리가 경내를 비롯한 낙가산 전체에 울려 퍼지면 몸에 작은 전율이 인다.

욕심을 들어내라고 치는 북일까.

부처님의 자비를 담아가라고 치는 북일까.

아뭏던 목어와 운판, 그리고 법고에서 나오는 울림은 나를 환기시키는 힘을 가졌다.

스님들은 팔이 아프도록 북을 치지만, 북소리는 아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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