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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記 行

17. 석모도 기행

by 桃溪도계 2006.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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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    시 : 2006년 8월 4일

2. 위    치 :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에서 차와 함께 배를 타고 석모도로 향한다. 갈매기가 앞다투어 우리들을 맞는다.

저놈들은 우리들 손에 들려져 있는 새우깡의 갯수까지도 다 파악하고 있을만큼 영악해져 있다.

어슬퍼게 새우깡 들고 던지려고 폼 잡고 있으면 어느새 낚아채간다.

석모도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맞기 위해 잘 훈련된 환영쇼를 멋지게 펼친다.

새우깡을 공중에 던지면 미처 바다에 떨어지기도 전에 공중에서 낚아채는 묘기도 부린다.

그들에게 우리는 어떤 의미였을까.

새우깡을 들고 히히낙낙하는 단순한 인간의 모습으로만 보였을까.

 

 

 

 

 

민머루 해수욕장엔 아직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다. 시기적으로 이른건지, 시간적으로 이른건지는 알 수는 없지만 건강한 갯벌은 찌푸리지 않는다.

밀물때는 모래 해수욕장이 되고, 썰물때는 갯벌 해수욕장이 되는 민머루 해수욕장의 갯벌은 건강하다.

머드팩을 해도 향기가 느껴지는 갯벌은 부드럽게 우리들의 가슴까지도 감싸 안는다.

 

 

 

갯벌에서 게를 비롯한 갯벌생물들이 숨바꼭질한다. 아이들이 갯벌에서 떠날 줄 모른다.

단순한 바다에서의 해수욕 보다는 갯벌에서 마음껏 뒹굴 수 있다는 여건을 아이들도 만족한다.

 

눈 먼 게 한마리가 막내 손에 잡혔다.

물론 먹으려고 잡은 건 아니지만, 아이에게는 건강한 갯벌의 체험을 느끼게 해준다.

건강한 정신과 따뜻한 가슴을 오래도록 간직 할 수 있는 갯벌이기를 바란다. 

 

한가로운 석모도의 농촌풍경이다.

예상외로 넓고 풍요로워 보인다.

 

빈 배 한 척이 만선의 꿈을 간직한 채 장구너머 포구를 지킨다.

어부의 주름을 아는지 모르는지, 언제든 나가기만 하면 배를 꽉 채울 수 있다는듯 당당하다.

빈배에게 안부를 묻고 돌아서는 객에겐 쓸쓸함이 묻어 나온다.

 

 

 

파란 양철지붕에는 농부의 꿈이 서려있다.

 

 

 

 

 

 

 

 

석모도의 일몰은 제 일경이다.

인간의 헛된 욕망들을 모두 쓸어안고 바다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나는 어떤 욕망을 저 일몰속에 묻을까를 잠깐 고민했다.

 

 

농촌과 어촌이 아웅다웅 어우러져 있는 석모도는 화려하거나 기괴한 멋을 가진 섬은 아니지만,

편안하고 고즈넉한 즐거움을 조용히 안겨주는 섬이다.

최근엔 펜션과 민박들이 앞다투어 돋아나지만, 석모도의 주민들보다는 외지 사람들의 장사속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라 오히려 객스럽다.

일몰을 뒤로하면서 언제 또 짬을내어 석모도에 안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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