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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레흐라드 성당에서 레드니체 성으로 가는 길. 차창밖에 그려진 체코의 농촌 풍경을 감상한다. 1시간 이상의 거리를 달리는 동안, 지독히 가난했던 유년시절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이렇게 넓은 농토를 볼 때마다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의례가 되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밀밭과 포도밭에는 간간이 사슴 가족들이 옹기종기 풀을 뜯고 있다. 어쩌면 밀 싹을 뜯어먹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워낙 농토가 넓으니 사슴 몇 마리 해코지해봤자 흔적도 남지 않을 규모다. 달리는 차 안에서 잠시 내려 땅을 밟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직접 농사를 지을 수는 없지만, 더 넓은 농토를 밟아 보는 것만으로도 풍족해지겠다.
부족함 없이 농사를 양껏 지을 수 있는 이곳 사람들이 참 부럽다. 경쟁을 할 필요가 없으니 삶이 풍부하고 인심도 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렇지만 여행자는 자신은 팍팍한 삶이지만 넉넉한 그들의 삶을 응원한다. 뭘 모르는 무지렁인가. 아니면 보편적인 인류애인가. 여행이 여행자에게 남기는 질문을 곱씹는다.
[일시] 2025년 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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