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은 그 원형이 거의 완전하게 보존되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등 수많은 외침에도 도굴되거나 훼손되지 않았던 점은 세계 유례가 없을 정도다. 외형을 500년 동안 안전하게 잘 지켜왔을 뿐만 아니라 왕릉 속 부장품들의 종류와 수량에 대해서도 의궤 등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점은 우리 선조들이 기록에 얼마나 진심이었나를 짐작케 한다.
왕릉 주변에는 소나무, 전나무들을 많이 심었는데 서오릉의 경우에는 소나무가 능 주변을 둘러싸고 호의 하듯 버티고 있다. 겨울 초입에 내린 폭설로 이곳도 많이 꺾여서 미처 정리가 끝나지 않아 아픔이 남아 있다. 능의 하단부에는 오리나무를 많이 심었다. 오리나무는 수분이 많아서 화기를 잠재울 수 있다는 주술적인 의미도 있지만, 실제로 오리나무는 불에 잘 타지 않는 장점이 있다.
서오릉에는 5기의 왕릉과 2기의 원, 1기의 묘가 있다. 이 중에 명릉에는 숙종, 둘째 왕비 인경왕후, 셋째 왕비 인헌왕후, 익릉에는 숙종의 첫째 왕비 인원왕후의 릉이 있고, 장희빈 묘는 이장을 해 와서 숙종과 같은 울타리에 안장되었다 한다. 숙종과 관련된 능과 묘가 5개다. 왕릉에 소요된 석조물은 대부분 석모도에서 공수해 온 화강암이라 한다. 보통 왕릉 1기를 완공하는데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고 연 인원 일만 명 정도의 노동력을 투입해야 완성할 수 있다고 하니 큰 공사인 셈이다. 당시에는 왕이나 왕비가 서거하면, 능을 만드는 소요시간 동안 별채를 지어 시신을 보관했다고 한다. 그러니 여름에 상을 당하면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능을 이장하는 경우, 부장품을 꺼내어서 복제품을 만들어 박물관에 보관하고 원본은 다시 능에 넣어 능 본래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는 형태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전쟁이나 환란이 생겨 능이 파손될 경우에는 부장품도 훼손될 터인데, 원본을 꺼내어서 박물관에 보관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조선왕릉은 타임캡슐인 셈이다. 먼 훗날 언젠가는 타입캡슐을 꺼내는 날이 오겠지만, 우리의 훌륭한 문화유산인 만큼 오래도록 보존되고 관리되기를 바랄 뿐이다. 능을 다녀오면 언제나 "칠십에 능참봉 한다"라는 말을 떠올린다. 칠십이 되어도 꿋꿋하게 열심히 일을 한다는 뜻과, 칠십이 되어서야 겨우 능참봉 말직을 맡아서 으스대는 것을 비아냥대는 함의를 가지고 있다. 그 의미가 어떻든 우리나라 조선 왕릉은 그 능을 지키는 조직과 인원이 열심히 책임을 다한 결과, 거의 완전하게 보존되고 있는 점은 자랑이다.
[일 시] 2025년 1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