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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을 피하기 위하여 멀리 이동하는 것은 또 다른 무더위에 포위되는 경로일 것이다. 하여 가까운 북한산 백운계곡으로 발길을 옮긴다. 더위를 쫓아 여기까지 따라온 마음의 티끌들이 더 이상 발 붙일 수 없는 계곡에 들어서자마자, 낮은 폭포를 이루는 시원한 물줄기가 반겨주고 소나무의 청량한 향기가 손을 내밀어 잡아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장마가 끝나자마자 갖은 야생화들이 가을을 잉태하기 위해 서두르는 모습이 대견하다. 산행할 때마다 힘을 보태주는 친구들이어서 언제나 반갑게 맞는다. 늘 보던 친구들이 보이지 않을 때면 덜컥 두려울 때도 있다. 야생화 군락지에 다른 잡초들이 침범해서 군락지가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워하면서도 자연의 섭리를 에둘러 변호하지는 않는다.
계곡에 발을 담그니 세상 시름이 별거 아니다. 계곡 밖의 세상이 그토록 무더웠던 것은 계곡에 대한 감사함을 깊이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함이었다. 올여름이 유난히 무덥고 짜증 나더라도 백운계곡의 아름다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계곡을 떠나 세상에 환속해서도 두렵지 않을 수 있다. 시원한 계곡을 떠올리면 건강한 면역으로 잘 버틸 수 있겠다.
[산행 일시] 2024년 8월 9일
[산행 경로] 북한산성 입구 - 무장애 탐방로 - 북한동 - 중성문 (원점회귀)
[산행 시간] 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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