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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수필집[파고만댕이의 여름]

목련이 있는

by 桃溪도계 2024.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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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목련

 

냉랭한 시선으로 이기를 찾는 잔인한 도시,

늦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담장 밑으로 4월이 왔습니다.

 

창밖의 목련은,

순결한 빛으로 가지가지마다 은쟁반을 올려놓고 수줍음을 애써 감춥니다.

 

목련!

예전과는 사뭇 다른 표정으로 내게 다가옵니다.

그리움으로.

사랑으로.

 

사무치는 그리움에 자꾸만 안타까워지는 내 마음을 아는 목련이 있어 이만큼이라도 가슴에 담을 수 있음을 기뻐합니다.

 

목련이 있는 4월은,

깊은 겨울잠을 깨고 봄을 알리는 3월과,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난 5월과 이웃하여 더욱 정감이 있습니다.

 

이제야 나는 목련이 피는 까닭을 알 것 같습니다.

지금 저 꽃송이 어디에선가 가만가만한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꽃송이 사이로 언뜻언뜻 당신의 모습이 보이는 듯합니다.

 

다가가 안아보고 싶지만,

영영 보이지 않을까 저어하여 애잔한 가슴만 두드리며 바라볼 뿐입니다.

저만큼에 두고 안부를 물을 뿐입니다.

 

당신, 행복하시지요?

 

- 파고만댕이의 여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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