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隨筆, 散文

서오릉

by 桃溪도계 2024.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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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누구를 위한 투표인가]

 

국회의원 투표를 마치고 서오릉 봄 길을 걷는다. 여기 잠들어 계시는 조선의 왕들은 오늘의 국회의원 투표를 어떤 침묵으로 받아들일까. 여당 야당의 정치 행태가 조선시대 당쟁을 꼭 닮았으니 별다른 첨언이 필요치 않으리라. 다른 게 있다면 조선시대 당쟁에는 나름의 명분이 있었다면, 오늘날의 당쟁에는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 없다. 오직 자신들만의 권력과 삐뚤어진 자기 방어에 매몰되어 있다.

 

22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중 10%에 달하는 30여 명이 검찰에 의해 소환, 기소되거나, 재판 중이거나, 재판이 완료되어 대법원의 최종심을 기다리는 중이다. 거기에 더해 선거 과정에서 선거법으로 고발된 의원이 다수 존재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런 투표를 왜 하나 싶다. 

 

결론적으로 국민들은 범법자들을 무더기로 국회로 보냈다. 정의와 상식이 일천한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국민들은 범법자들을 좋아하는 것인가.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감언이설에 농락당한 것인가. 범법자들을 개념 없이 공천한 당 지도부가 국민을 무시한 결과인가. 아무리 곱씹어봐도 이해할 수 없는 구조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알지 못할 광기에 매몰되어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체 떠밀려 가는 것은 아닐까 심히 걱정된다. 

 

몰상식한 범죄를 저지른 범법자들이 국민들 위에 군림하면서 권력을 행사할 생각에 앞뒤 분간을 못하고 있다. 당선되자마자 자신의 범법행위를 위장하고 당위성을 보장받기 위하여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정의를 내세워 행동에 나선다. 그들의 위선이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분명히 옳지 못한 선택이다. 그들에게 조금의 양심이라도 있었다면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나저나 선거는 끝났고 범법자들은 권력을 거머쥐었다. 그들은 국민에게 선택받았다는 이유로 검찰청을 없애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거기에 더해 사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범법자가 재판부를 향하여 협박하고 있는 현실이 점입가경이다. 만약에 그들이 법원의 심판을 받아 국회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재보궐선거를 해야 한다. 재보궐선거에 투입되는 비용뿐만 아니라, 지역 시민들은 상실감을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왜 우리 국민들은 이런 어리석은 선택을 했을까. 시대의 흐름인가. 역사의 순리인가.

 

조선시대 당쟁이 첨예하게 대립했을 때, 패하는 쪽은 몰수를 당해야 하므로 최대의 피해자가 되는 구조였다. 지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패하는 쪽은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의롭지 못한 사람들이 권력을 가지게 되면 국가의 발전과 국민들의 안위보다는 자기 방어에 몰두하게 되므로 국민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떠안아야 된다. 

 

이렇든 저렇든 국민들의 선택이었으니 역사가 된다. 바람이 있다면, 바르고 명예로운 역사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시선도 바꿔져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양아치 나부랭이들의 선동에 휘둘려, 정의롭지 못한 자들이 두꺼운 낯짝으로 역사의 전면에 나서서 국민들을 농락하고 어리석은 선택을 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새삼 한 나라의 정치 지도자의 수준은 그 나라 국민들의 수준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씁쓸함을 남긴다.

 

[일    시] 2024년 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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