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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山 行

태백산

by 桃溪도계 2024.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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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천년이라던 주목 고사목들도 몇 년 사이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흔적을 지운다.
지난여름 태풍을 견뎌냈을 나무들도 소리 없이 내린 눈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속절없이 꺾여 삶의 궤적을 멈췄다.
자연은 그러한 것이었으니 삶과 죽음의 경계는 그리 두려울 게 없다.
 
경계를 구분 짓는 것 또한 의미 없는 일이지만,  나무에 매달린 고드름은 또 다른 의미를 던진다. 살아 있는 나뭇가지를 감싸고 있는 고드름은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며 악기가 되어 맑고 고운 소리를 낸다. 
반면에 죽은 나뭇가지를 감싸고 있는 고드름은 얼음 조각 같아서 바람이 불어도 반응이 없다.
나무의 본질은 변한 게 없지만 그들의 경계에는 물이 있었다.
나무속을 흐르는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태백산과 나.
지표면과 발바닥의 경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차가운 눈 밭에 발을 딛고 서 있는데 가슴이 뜨거워진다.
 
[산행 일시] 2023년 12월 30일
[산행 경로] 화방재 - 유일사 기점 - 주목군락지 - 장군봉 - 천제단 - 당골(10km)
[산행 시간] 5시간
 

천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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