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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어 녹슨 우정은 참 편하고 좋다.
탈색될 염려가 없어서 좋고,
먼지가 앉아도 털어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좋다.
비가 오거나 습기에 노출되어도 녹슬까 봐 애를 태우지 않아도 좋고,
떨어뜨려도 부러질 염려가 없어서 좋다.
옛이야기를 마음 놓고 할 수 있어서 좋고,
다가올 미래를 마음껏 상상할 수 있어서 좋다.
작은 일에도 헤프게 웃을 수 있어서 좋고,
좋지 않은 일에도 서로 위로가 될 수 있어서 좋다.
가끔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 생겨도 쉽게 소화할 수 있어서 좋고,
때로는 친구의 마음을 읽지 않고 지낼 수 있어서 좋다.
오랜만에 만나도 엊그제 만난 듯이 편해서 좋고,
자주 만나도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반가워서 좋다.
약속을 어겨도 그러려니 이해할 수 있어서 좋고,
약속을 잘 지키면 듬직해서 좋다.
예쁘지만 꼭 맞는 새 구두보다는
해지고 낡았지만 발이 편한 구두처럼
우정은 오래될수록
녹슨 쇠를 닮아서
광을 내려고 온 힘을 다해서 닦을 필요가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세월이 주는 흐름대로
편하게 곁에 두고
오래 볼 수 있으면 된다.
[일 시] 2010년 4월 24일
[장 소] 진해 앞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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