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記 行

영국 기행(3일차) - 노팅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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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obello Maket]

 

노팅힐의 포르토 밸로 마켓 가는 길.

버스 정류장 맞은편에 여우 한 마리 로드킬 당했다.

어젯밤에 캑캑 거리며 울어대던 그 여우였을까 아니면 새벽녘에 멀리서 희미하게 캥캥거리며 들리던 그 여우였을까.

이놈이던 저놈이던 마음이 짠하다. 삶의 인연이 여기까지였으니 명복을 비노라.

 

포르토 밸로 마켓은 서울의 인사동 같은 분위기의 시장이다. 각종 골동품 및 각양각색의 컬렉션 물품들이 자랑하듯 쏟아져 객들의 시선을 끌며 긴 골목을 가득 채운 흥정소리가 정겹다. 그동안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잔뜩 움츠렸던 어깨를 편 모습이 교도소를 출소하는 사람들 같이 의기양양해 보인다.

 

시장에서 만난 나이 지긋한 안내원의 하얗게 쉰 수염이 검은 피부와 대조를 이뤄 인상적이다. 어쩌면 이 시장의 마스코트가 아닐까 싶다. 야단스러운 시장의 잡음 속에서도 느긋하게 질서를 유지하며 만면에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이 나의 가슴에 선명하게 각인된다.

 

시장으로 가는 길에 만난 운명을 다 한 여우와 시장의 질서를 지키려 애쓰는 멋진 미소를 지닌 초로의 아저씨의 모습이 런던의 단면을 한 마디로 정리해 주는가 싶다. 이층 버스를 타고 시장으로 향하는 설렘과 시장 쇼핑을 마치고 하이드 파크로 가는 길에서 만난 위엄 있는 중세풍의 건물들도 이채롭다.

 

런던은 지금 이 순간도 진화하는 중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아주 더디게 적응하면서 세상 간섭은 놓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아마 런던의 자존심 일 것이다.

 

 

[일    시] 2022년 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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