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다르게 주름이 늘어가는 어머님!
당신은 작년 어렵사리 수술한 허리 통증이 개운치 않아 얼마나 답답하십니까.
거기다가 최근에는 귀가 불편해서 보청기까지 끼셨으니 또 얼마나 불편하십니까.
삶은 불편함의 끼니로 배를 채우고 고통이 엄습해오는 현실에서 스스로 참아내고 오롯이 견뎌내어 종착역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는 과정입니다.
지난밤은 잘 주무셨는지요?
늘 괜찮다 하시는 말씀 속에는 괜찮지 않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시는 모습이 짠합니다.
어머님 당신을 통하여 미래의 제 모습을 봅니다.
이십 년쯤 지나면 허리 수술을 하고, 보청기를 끼고 불편함을 꾹꾹 참아가며 투덜거릴 겁니다.
남은 생애에 대하여 큰 미련이 없다 하면서도 쉬 애착을 놓지 못하겠지요.
어머님!
아들이 환갑 될 때까지 살아계셔서 고맙습니다.
어차피 못난 자식이라 살아생전에 효도 할 자신이 없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가시면 효자 흉내 내는 더 못난 자식이 되지는 말아야지 다짐해봅니다.
살아생전에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간추려봅니다.
보글보글 된장찌개 끓이고 보드라운 호박잎 푹 쪄서 소박한 밥상 차려 마주 앉아 알콩달콩 녹두알 같은 자잘한 얘기 나누며 여백을 채워 갈 시간을 그립니다.
언제나 아들 걱정에 찡그린 근심을 이제는 피셔도 됩니다.
이래 가나 저래 가나 인생길은 울퉁불퉁한 것입니다.
지나친 염려는 오히려 간섭이 되고 또 다른 근심이 되오니 잠시 잠깐 내려놓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꽃이 지고나서야 봄을 그리워하는 못난 아들 올림.
임인년 입춘지절에..
[일 시] 2022년 2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