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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桃溪遊錄

호국의 간성(干城)으로

by 桃溪도계 2017.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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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핏덩이 같은 너를 받아 들던 날을 떠올리면 감회가 새롭다.

어딘가 모르게 약하게만 보여 안쓰러웠던 너를 낳고 네 어머니는 산실에서 병실로 옮기던중 쓰러지셨단다.

간신히 수습은 했지만 어찌할 바를 몰랐던 아버지 입장에서는 가슴 철렁했던 순간이었다.


유아기 때, 심방 칸막이에 5mm 정도의 구멍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6개월 동안 기다려 보고 메워지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때가서 수술 등을 고려해보자는 의사의 말에 가슴 졸였던 시간.

다행히 6개월 후에 정상으로 회복되었다는 진단을 받고는 세상을 다시 얻은 기분이었단다.

그 때 아버지가 가진 재산이라고는 달랑 몇 푼도 안되는데 어떻게 수술비를 감당할까 고민했던 시간들이 기억에 선명하다.


너의 유년기는 얼핏 설핏 기억에 남아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래들보다 키와 몸무게도 모자랐고 핏기 없는 얼굴에 유약했던 너는 유별나게 보채고 짜중도 많았다.

당시 세상을 읽는 지혜가 모자랐던 아버지는 네 성질이 모난 줄로만 알고 바르게 키워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종종 혼을 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은 행동이었네.

너의 신체적인 모자람을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부모로서 참 부끄럽기 그지없다.

다시 그럴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제는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하고 보살피며 키울 수 있을 것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네 가슴에 상처로 남아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난 일이어서 돌이킬 수 없으니 어쩌겠나.

네가 이해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언제나 약하게만 자랐던 너의 성장기와 사춘기를 지나면서 아버지는 네 욕구를 다 채워주지 못했단다.

이 부분은 아들도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아버지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왔지만 아이들 셋을 키우는 가장의 입장에서 경제적인 측면이 그리 호락하지 않았음을.

그렇지만 혹독한 사춘기를 겪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는 아버지 입장에서는 안절부절했던 시간들이 기억에 남아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아들 입장에서는 곱게 들리지 않았을 테고 자신의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며 힘들어 했던 시간들.


너를 낳아 키웠던 20년의 세월 동안 항상 모자라고 불안하기만 했던 아들.

대학에 입학하고 부터는 아버지도 하나 둘 시름을 벗어날 수 있었다네.

너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쳤으며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고로 대학생활을 열심히 보내는 모습에서 아버지는 든든함을 느꼈다네.

더욱이 병역 의무를 ROTC로 선택하고부터는 더 반듯하고 멋진 아들로 변해가는 모습에 내심 뿌듯했다.

그리고 대학 졸업식을 마치고 아버지는 또 하나의 멍에를 벗었다는 기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런데 거울에 비친 아버지의 모습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훌쩍 늙었음을 발견했다네.

그렇지만 늙음이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아들의 건강하고 멋진 생활태도와 긍정적인 젊음과 바꾼다고 생각하니 더 기분 좋아지는 아이러니는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오늘

아들은 대한민국 해병대 소위로 임관했다.

아버지 성격에 유별스럽게 티를 내지는 않지만 내심 많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무사히 네게 주어진 운명같은 시간을 잘 활용하기 바란다.

어쩌면 이 시간이 아들의 운명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꿔 낼 수 있을 것이다.

군생활도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임하다보면 네게는 긍정의 에너지가 더 많이 쌓일 것이다.

그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회이며 행복의 조건이다.

군생활 건강하게 무사히 잘 마치기를 기원한다.


대한민국 해병대 소위 아들!

화이팅!
















* 일      시 : 2017년 3월 8일


* 장      소 : 계룡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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