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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라 톤

2012년 춘천마라톤(Full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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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춘천마라톤

 

가을의 전설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호반의 도시 춘천으로 모여든다.

각자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던 에너지를 마음껏 쏟아내려는 각오가 대단하다.

좋은 수확을 할 수 있을지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여름 뙤약볕에서 열심히 가꾼 사람들은 원하는 만큼의 수확을 얻을 수 있으리라.

나는 열심히 준비하지 못했음을 자인한다.

그래서 요행으로 수확을 얻겠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끝까지 완주 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아니나 다를까 25km 넘어서면서부터 다리에 경련의 조짐이 있다.

그냥 무시하고 달렸다가는 완주할 수가 없다.

수시로 다리를 풀어가면서 그동안의 게으름을 상기해본다.

생각 같으면 마음껏 달려보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는 현실 앞에서 누구를 탓할까.

오직 내 자신이다.

 

마라톤에서 요행은 없다.

오로지 준비한 만큼만의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새기면서

마지막까지 이를 앙다물고 달렸다.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아냈다.

한 편으로는 대견스럽기도 하다.

내게 주어진 삶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겨내자.

절대로 포기는 하지말자.

 

막바지에 이르자 많은 사람들이 자세가 흐트러진다.

잠시 주춤거리며 걷는 사람들...

경련을 풀기 위해 일그러진 얼굴로 스트레칭에 열중하는 사람들...

1km 를 남기고 쓰러진 사람도 있다.

무사하게 끝까지 달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드디어 결승점.

작은 환희를 가슴에서 꺼낸다.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피로가 급습한다.

벌러덩 자빠져서 눕고 싶지만 꿋꿋하게 버텨본다.

 

파란 가을 하늘과

삼각산의 단풍과

의암호의 높고 푸른 물빛이 여운으로 남는다.

다시 가을이 오면

나는 이 길을 달릴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 보다는 좀 더 수월하게 달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 잘 안다.

그렇지만 그렇게 잘 준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 일      시 : 2012년 10월 28일

 

* 기      록 : 4시간 06분 0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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