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회 청도 반시마라톤
씨 없는 감
청도 반시 축제가 열리고
우리는 고향의 들녘을 달린다.
도시에서 열리는 마라톤과는 그 감정이 다르다.
우선 고향의 향기를 마음껏 가슴에 담을 수 있어서 좋고
마라톤이 열리는 도로변에는
제멋대로 주름진 가무잡잡한 얼굴에 소박한 웃음을 가득 담고 박수로 응원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할머니를 따라 나와 눈부신 가을 햇살에 눈살을 찡그린 아이들
봉사활동 나온 듯한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
정겹기도 하거니와 알지 못할 울컥함이 가슴을 두드린다.
마라톤대회에 함께 참석한 어머니..
마라톤은 하지 못하고 짧은 코스를 걷기만 할 요량이란다.
고향에서
어머니와 함께 달린다는 사실을 상상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오늘 그 상상을 실천하기 위하여 운동장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감개무량한 즐거움이다.
어머니!
씩씩하게 달리고 올께요.
힘내세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각자의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오늘 고향에서 마라톤이라는 매개를 통하여 함께 마음을 다져본다.
아름다운 우정을 고향에서 열어보고
함께 웃고
서로를 격려하고
삶의 한 자락을 채색한다.
친구야!
더 열심히 달리자.
가을햇살에 감이 양껏 살을 찌운다.
곧 예쁜 감들은 전국을 향하여 날아 갈 것이고
우리는
도시의 골목길에서 고향의 향기를 마음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향에서 뛰어도 마라톤은 힘들다.
처음에는 고향의 황금들녘을 마음껏 달리면 한달음에 뛰어버릴 것 같은 마음이었으나
한 걸음 두걸을..
늘어날수록 호흡은 일그러지고 다리의 근육은 차츰 경직되어 간다.
마라톤은 언제 어디에서 뛰어도
언제나 한결 같다.
준비한 만큼의 기록과
준비한 만큼의 수월함을 보장할 뿐이다.
세상의 모든 기회는
준비한 사람에게만 보장된다는 진리를 새삼 새겨보는 하루였다.
* 일 시 : 2010년 10월 10일
* 기 록 : 1시간 53분 14초
'마 라 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년 중앙마라톤(Full - 7) (0) | 2010.11.07 |
---|---|
2010년 춘천마라톤(Full - 6) (0) | 2010.10.24 |
산악 마라톤 - 강남 5산 종주 (0) | 2010.09.28 |
제 1회 건설경제 마라톤(Half-5) (0) | 2010.09.14 |
산악마라톤 - 남한산성/불당리 (0) | 2010.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