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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라 톤

2010년 중앙마라톤(Full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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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중앙마라톤

 

마라톤을 왜 운동경기로 채택했을까..

마라톤을 할 때마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내가 뛰지 않으면 아무 문제도 아닐텐데..

번뇌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일까.

글쎄..

마라톤을 하지 않아도 쌓인 번뇌를 내려놓기가 어려운데

나는 마라톤이라는 과정을 통해 번뇌의 무게를 가중시킨다.

어차피 모두 내려 놓지 못할 번뇌였기에

내려 놓기 보다는 짊어지고 가자.

 

나의 마라톤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어느새 2년을 채웠다.

매번 힘들지만

출발선에 설 때마다 새로운 도전으로 내 자신을 시험한다.

마라톤을 할 때마다

새로운 삶을 연습한다는 기분이 든다.

그런 매력에 나는 자꾸 뛰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짊어진 모든 번뇌를 고된 호흡과 소금 같은 땀으로 쏟아내자.

마라톤을 한다는 것은

내게 주어진 번뇌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나는 그 순간 번뇌를 잠시 잊어버리는 듯하다.

나는 내 삶의 고통으로부터 잠시 진통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라톤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마라톤을 할 때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마라톤일까 궁금하게 생각하곤 했다.

이제 나름대로 마라톤의 정의를 내릴 수 있겠다.

출발선에서 33킬로미터까지는 달리기이고

마지막 10킬로미터가 마라톤이다.

그래서 마지막 10킬로미터는 언제나 힘이 들고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완주를 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구간이 된다.

그런 기분으로 뛰었다.

33킬로키터까지는

욕심을 내려 놓고, 번뇌도 내려 놓고 그냥 달리기 하는 기분으로 뛰자.

그래서 내가 마라톤에 임할 때에는 주저앉지 않을 수 있도록 달리자.

 

무사히 결승점을 밟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세상 모두에게 감사하고

내 자신에게도 감사하다.

나는 잠시 내려 놓았던 번뇌를 다시 챙긴다.

어디로, 어떻게 갈 지 모르겠지만

다음 마라톤까지는 내게 주어진 번뇌를 이불처럼 여기며 그의 온기를 사랑해야겠다.

 

 

 

 

 

 

 

 

 

 

 

 

 

 

 

 

 

 

 

 

 

 

 

 

 

 

 

* 일      시 : 2010년 11월 7일

 

* 기      록 : 3시간 45분 2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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