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동경마라톤
올해로 7회째 열리는
동경마라톤은 일본의 대표적인 스포츠 축제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80년 이상의 동아마라톤 역사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경력이지만,
그 열정이나 규모 면에서는 세계 어느 마라톤 대회보다도 더 훌륭하다.
그들은 왜 그렇게 마라톤에 열광하는가.
출전 선수가 무려 57,000 여명에 달한다.
한 스포츠대회에서 수 만명의 선수가 참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라톤은 이미 매력이 있다.
너무 많은 선수가 한꺼번에 출발 하여야 하는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는 없다.
이번 대회도
예외없이 많은 선수가 한꺼번에 출발하여서 초반전이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10km 이상까지도 사람들에 치여서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든다.
여러 선수들과 보조를 맞춰서 함께 가자니 속도가 느려지고
빨리 나아가려고 사람들 사이로 빠져나가다 보니까 호흡이 멈춰지고 발걸음이 꼬인다.
그렇지만 이미 정해진 일을 어쩌겠는가.
나도 이미 정해진 나의 길을 갈 뿐이다.
힘들 때도 있었고, 행복한 보람에 젖을 때도 있었다.
슬픔으로 세상이 어두웠던 때도 있었고, 가끔은 속 없이 웃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어찌할 것인가.
나는 내게 주어진 길을 열심히 갈 뿐이다.
내가 발을 들어 뛰지 않고는 길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간단한 이치를 잊고 살 수는 없다.
억지로 외면하여 다른 길을 갈 수 있다면 가끔은 그렇게라도 하련만,
설령 다른 길을 가더라도 결승점을 피해 갈 수는 없는 운명이다.
힘들 때는 응원을 받으며 기운을 얻고
내가 힘이 넉넉할 때는 환호해 주는 관중들에게 기운을 나눠가면서 달리는 것이 인생이다.
동경마라톤에는 코스 내내 수많은 사람들이 빈틈없이 연도에 나와서 환호한다.
자칫 경솔한 생각에 그들의 진정성이 의심 될 정도였지만.
그들은 분명 진실된 응원객들이었다.
마라토너들이 힘들 때 도움 될 만한 갖가지 먹을 거리들을 들고 나오거나
스프레이 파스를 가져와서 마라토너가 써 주기를 간절히 원한다.
20km 쯤 달릴 때였다.
예닐곱 살 쯤 되어 보이는 옛된 여자 아이가 작은 함지에 쵸콜렛을 가득 담아서 내민다.
그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는 쵸콜렛을 하나 가져가고 싶었는데,
마침 그때 왼쪽 허벅지에 근육통이 와서 많은 번민으로 힘들게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을 때여서 나는 그 아이의 쵸콜렛을 손에 들지 못했다.
그 이후로 그 아이의 눈망울이 마음에 걸려서 레이스에는 번민이 하나 더 생겼다.
2km를 더 달릴 때 쯤, 그 아이와 또래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사탕을 내밀었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사탕을 두개 집어 들고 한개는 함게 달리는 마라토너에게 전해주고 나머지 한개는 입에 넣었다.
달콤한 기운이 온 몸에 감돌아 그의 작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좀 전에 쵸콜렛을 내밀었던 여자 아이에게 조금은 미안함을 덜 수 있어서 레이스를 한결 수월하게 이어갈 수 있었다.
그 이후로도 많은 사람들이 내 민 주먹밥이랑 빵을 먹으며 일본 사람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근육통이 심해질 때는 흔쾌히 내미는 스프레이 파스를 뿌려가며 아픔을 잊을 수 있었다.
세상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마라톤도 함께 하는 것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혼자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삶에서 무의미의 가치일 것이다.
마라톤을 뛰면서 응원 나온 많은 사람들의 열정에서
그들이 잃어버린 경제를 찾고자 하는 작은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마라톤에 함께 한 지인들과 친구..
우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마라톤 선수로서 우리나라의 자부심을 마음껏 펼치고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
가볍게 시작한 외국 원정 마라톤에서 더 많은 우정을 느낄 수 있었고 더 진한 향기를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한 쉼표였다.
내가 가야할 길..
나는 땀 흘리며 나의 길을 묵묵히 달릴 것이다.
더 빨리 달리기 보다는 더 오랫동안 달리며 멋진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 일 시 : 2011년 2월 27일
* 코 스 : 출발(동경도청) - 동경시내 - 도착(엑스포 장)
* 기 록 : 3시간 53분 4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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