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동아마라톤
인생의 길은 소원대로 열리지 않는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비가 오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출발하기 전에는 비가 내리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새벽부터 예사롭지 않게 비가 내린다.
쌀쌀한 날씨와 비.
어떻게 극복해야 할 지 난감하다.
마라톤도 삶이기에 피할 수는 없다.
비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내가 할 수 있을 만큼만 하자고 다짐한다.
출발하기 위하여 기다리는 동안 쌀쌀한 날씨가 온 몸에 소름을 돋운다.
빨리 출발했으면 좋겠다.
인생은
내가 출발하고 싶으면 출발하고,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 둘 수 있는게 아니잖아.
5km 정도 달렸을까.
출발할 때 입었던 비 옷이 다리에 감기면서 구질구질하게 느껴져 벗었다.
잠시 내 채온을 감싸줬던 비닐 우의지만 버리기에는 좀 아쉬웠다.
그래도 어쩔수 없다.
내가 열심히 뛰어서 갚음을 하는 수밖에.
시린 손을 감싸려고 끼웠던 까만 비닐봉투는 마지막까지 벗을 수가 없었다.
힘든 길이지만
함게 동행하는 동료와 친구가 있기에 외롭지는 않다.
이렇게 세상에 나아가면 못할 일도 없겠다.
우리는 아름다운 동행의 길에서 언제나 긍정을 이야기하고 희망을 품어왔다.
마라톤을 뛰면서
내가 겪어야 할 미래의 삶을 예측해 보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래서 삶에 대하여 조금은 초연하게 대처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의 마라톤이
아니, 내일의 마라톤에서도 나는 나의 삶의 경로를 모의 시험해 보는 것이다.
삶의 마디마디를 헤쳐나가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마라톤을 하면서 삶의 마디를 극복해 나가는 연습은 나를 좀더 겸손하게 한다.
나는 자연의 문을 열고 세상에 나와서 언젠가는 다시 그 문으로 들어갈 것이다.
내가 마라톤을 뛰는 동안은 즐겁고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내가 나왔던 문을 열고 다시 들어 갈 결승점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마라톤의 횟수를 늘려가면서
인생의 황혼기에 해당하는 35km 이상의 레이스에서 고통없이 뛰고 싶은 욕망이 있다.
매번 후반기의 레이스에서 맞는 고통을 피해가고 싶은 것이다.
연세 많으신 어른들이 입버릇처럼 되내이던 아픈데 없이 죽고 싶다던 말이 생각난다.
자는 듯이 죽을수만 있으면 좋겠다던 말이 괜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마라톤을 통해서 체험한다.
왼쪽 엄지발가락이 조금씩 삐뚤어져 간다.
그래서 마라톤을 할 때마다 통증이 깊어져간다.
힘들 때마다 언제까지 마라톤을 할 수 있을까를 헤아려 보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설령 마라톤을 못하는 일이 생겨도 탓하거나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도 소중한 내 삶이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는 서울의 거리를 후회없이 뛰었다.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마지막까지 힘을 돋우며 뛸 수 있어서 다행한 하루였다.
결승점을 들어오면서
더 뛰어야 한다면 더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또 하나의 행복하고 긍정적인 삶을 체험했다.
나는 삶이 내게 주는 고통을 거부하거나 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나 당당하고 즐겁게 맞을 것이다.
함께한 친구와 동료들의 진한 우정에 감사함을 전한다.
* 일 시 : 2011년 3월 20일
* 코 스 : 광화문 - 남대문 - 을지로 6가 - 청계천 - 다동 - 종로 - 답십리 - 군자교 - 세종대학교 - 한양대학교 - 자양동 - 잠실대교 - 롯데월드 - 석촌호수
- 잠실운동장
* 기 록 : 3시간 40분 1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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