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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라 톤

산악마라톤 - 남한산성/불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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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마라톤 - 남한산성/불당리

 

그늘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비오듯 줄줄 흘러 내리는 복더위에

우리의 마음은 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누가 원했을까.

반복되는 질문이지만 한번도 속시원한 답을 얻어 본 적이 없다.

예전에 두어번 남한산성 일주를 경험한 적이 있다.

물론 그때는 천천히 성곽을 돌면서

내가 이끌었던 역사

그리고 역사에 비롯된 나를 그릴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는 기억만 남아있다.

오늘 나는 비장한 각오로 다시 성곽을 오른다.

산악마라톤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오르는 남한산성은 예전의 산성과는 많이 다르다.

우선 비탈길이 가파프게 느껴지고

끝까지 오르면 천국에 이를 수 있을 것 같던 계단도 더 높아 보인다.

역사를 지켰던 선조들은

성을 지키려는 눈빛을 겨누면서 얼마나 많이 삶을 고민했을까.

국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과 자신의 삶과의 간극을 일치시키려는 시도가

그 조국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이 길을 달리고 있는 내 가슴에도 선명하게 되새겨지는 것은 알 수 없는 흥분이다.

 

 

 

 

 

 

 

 

 

 

 

 

 

 

 

 

 남문을 지날즈음 절반 가량을 달렸다.

다시 성밖으로 나와서 호흡을 조절하며 달려나간다.

성남시와 광주시의 경계를 이루는 이배재까지 달리는 길은 순탄하였다.

그 보다는 가파른 내리막길이서 편안한 레이스를 할 수 있어서 잠시 행복했다.

그러나 마냥 순탄 할 수 만 없는게 인생사이고 보면

다시 이 길을 올라와야 하는 생각을 하면 두려움이 앞선다.

이배재 반환점에서 그냥 눌러앉고 싶었다.

여기가 종착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의 꼬리를 자르지 못한채 몸을 돌렸다.

가파른 계단 길을 되짚어 오는 길.

오늘 내가 한 결정에 대하여 잠시 후회하기도 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양말은 흠뻑 젖었고,

신발은 물이 들어간 장화를 신은 기분이다.

'어차피 되돌아 갈 수 없다'

마음을 다져가며 끝까지 레이스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친구가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물을 나눠 마셔가며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 주면서 함께 달렸다는 것이

또 다른 포만감이다.

행복이란 멀리 있는게 아니었다.

 

 

 

 

 

 

 

 

 

 

* 일     시 : 2010년 8월 8일]

 

* 코     스 : 마천역 1번 출구 - 남한산성 서문 - 북분 -동문 - 남문 - 두리봉 갈림길 - 이배재 - 두리봉 - 불당리

 

* 거     리 : 18.5km

 

* 기     록 : 4시간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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