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 라 톤

산악마라톤

반응형

산악마라톤

 

장마가 잠시 호흡을 고르는 틈을 타서

그 빈자리에 나의 거친 호흡을 깊이 불어넣는다.

처음 시도해 보는 산악마라톤이다.

그동안 산을 열심히 오르기도 했고

몇 번의 마라톤 경험도 있지만,

산악마라톤은 접해 볼 기회가 없었다.

막연하게 멀게만 느껴졌던 산악마라톤을 경험하기 위하여 첨벙 뛰어들었다.

 

아침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새삼 세상은 참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살아간다는 느낌에 작은 소름이 돋는다.

아직은 두려움이 남아있다.

지난번 마라톤 때에 다쳤던 무릅인대가 아직 성치않기 때문이다.

무사하게 잘 마칠 수 있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스타트 라인에 미리 서 보니 두려움보다는 뿌듯함이 앞선다.

피니시 라인을 꼭 통과하고 싶다는 다짐을 확인한다.

함께 동행하기로 했던 어른은 올해 연세가 72세이다.

참으로 존경스럽다.

과연 내가 어른의 나이만큼 세상을 채웠을때,

이렇게 산악마라톤 라인에서 멋지게 설 수 있을까.

 

 

몸을 풀고

긴장을 풀고

우리는 귀를 쫑긋이 세우고

오늘 뛰어야 할 길 안내를 촘촘하게 새긴다.

 

 

드디어 출발이다.

세상 살면서 누가 내게 길을 묻거든

나는 자신있게 길을 가르쳐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우물쭈물 거리지 말고 확실하게 길을 가르쳐 주고싶다.

 

 

대모산을 거쳐 구룡산으로 넘어간다.

왜 힘들지 않겠냐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행복하게 서둘러간다.

삶이 그렇다.

오르막에 닥쳐서는 혀를 길게 빼고 헥헥거리기도 하지만

이윽고 내리막에 닥치면

우리는 호흡을 고르며 질주한다.

내일을 위하여 길을 줄여나간다.

 

 

구룡산을 내려와 염곡동을 거치며

화훼단지 옆에 곱게 핀 원추리가 칠월의 마지막 남은 여백을 채색하는 듯하다.

고운 향기에 지친 행군이 행복하다.

세상은 아름답다.

 

개나리골 약수터에서

거친 땀으로 쏟아내었던 물을 채운다.

물병에 물을 채우면 한 겨울 연탄창고에 연탄을 가득 채운 듯 가슴이 든든하다.

이제 오늘의 가장 어려운 구간이다.

옥녀봉을 거쳐서 매봉까지가 오늘 코스에서 가장 힘든 코스이다.

수많은 계단을 지치지 않고 오를 수 있는 특별한 수단은 없다.

그냥 정상을 향하여 잔머리 쓰지 않고 몸으로 오르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길을 가자.

내가 걸어가는 힘든 세상에서도 그렇게 맞서며 오르자.

 

  

 

 청계산 매봉에 올랐다.

잠시 호흡을 고르며 기념촬영을 하면서 긴 한 숨을 내어 놓는다.

이제는 힘든 길을 거의 지나왔다.

남은 길은 좀은 여유롭게 갈 수 있다.

그렇다고 힘들지 않는 길은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길은 그 끝이 있다.

우리는 길이 끝난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앞으로만 가면된다.

 

 

 

이번 장마에 산사태의 흔적이 무시무시하다.

산 정상부근인데 무참하게 산이 무너져있다.

비가 무섭고 물이 두렵다.

자연은 인간에게 긴장을 늦추게 하지는 않는다.

그런줄도 모르고 인간들은 자연으로부터 쉽게 편안함을 얻으려 한다.

결코 자연은 인간에게 자연 이외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 산악마라톤에서 마지막 봉우리인 국사봉이다.

이제 이 험난한 길의 그 끝이 보인다.

마지막 호흡을 몰아서 어리석은 생각만 감추면 우리는 행복한 피니시를 통과 할 수 있다.

 

아름다운 우리의 행군에 무궁화꽃이 반긴다.

조금은 무리한 마라톤이었다.

그렇기에 무궁화가 더 이쁜지도 모를 일이다.

연분홍의 향기를 가슴에 담으며

내게 주어진 또 하나의 역사를 새긴다.

 

 

* 일     시 : 2009년 7월 19일

 

* 코     스 : 수서역 - 대모산 - 구룡산 - 염곡동 - 개나리골 약수터 - 옥녀봉  - 매봉 - 혈읍재 - 석기봉 - 이수봉 - 국사봉 - 하우현 성당

 

* 시     간 : 4시간 34분

 

* 거     리 : 21.4km

 

* 주     관 : 한국산악마라톤 연맹

 

 

728x90

'마 라 톤'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