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검푸 마라톤
처음에 한 두번 겁 없이 뛸 때가 좋았다.
마라톤의 횟수를 늘려 갈수록 더 쉬워야 할텐데 그렇지 못하다.
나는 그 이유를 안다.
내 가슴에 잠재된 욕망 때문이다.
그래서 뛸수록 더 힘들다.
그러면서 또 뛴다.
그것도 욕심에서 비롯된 결과다.
인간에게 욕망을 지워버리면 참 편하게 살 수 있을텐데..
그 욕망의 사슬을 끊을 수 없어서 한 평생 오욕의 역사를 남기기도 한다.
물론,
인간의 욕망이 인류문화의 발전을 이뤄온 것은 사실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발전의 끝은 무엇일까.
다시 원시의 삶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마라톤을 뛰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 한 걸음 한 걸음의 끝은 어디일까.
이렇게 힘들게 뛰어서 마지막 걸음은 어떤 모습일까.
내가 뛰는 걸음이 유한하다고 생각하면 주저앉고 싶다.
그냥 무한궤도처럼 끝이 없는 길을 끝없이 뛰어야만 한다.
주저 앉아서 쉴 곳이 없다.
그런 생각으로 힘든 구간을 헤쳐나간다.
마라톤이 시작되는 중앙공원의 봄 날 아침에는 예쁜 꽃잎들이 봄을 치장하고 있고
겨울내내 가슴을 졸였던 분수가 제 세상 만났듯 힘껏 차오른다.
어쩌면 마라톤을 뛰기 위하여 모여든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뽐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팝꽃 향기가 전투를 준비중인 마라토너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내가 저 험한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하리라.
다시 당신의 향기를 맘껏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때 마음껏 웃어보자꾸나.
출발이다...
부디 주저앉지 않고 결승점을 무사히 통과하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가슴속에는 기록에 대한 욕망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다.
이 많은 사람들도
똑 같은 마음일게야...
탄천변에 봄 마중을 나온 오리는
계절을 잃고 여기서 텃새처럼 살아가나 보다.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게으른 철새들이 자기 삶의 방식을 버리고 텃새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흔하게 본다.
제 삶의 터전과 방향을 잃어버린 청둥오리가 오늘따라 낯설게 다가온다.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이 고된 마라톤의 마지막 결승점을 꼭 밟고 말테야..
다짐 또 다짐해본다.
분당 검푸마라톤은 하프마라톤이다.
한달 전에 완주를 경험했기 때문에 하프는 쉽게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완주 마라톤에 못지 않을만큼 힘이 든다.
15킬로미터를 넘어서 부터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지옥이다.
특히 19킬로미터를 넘으면 달리기 자체가 힘들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삶에 대한 회의가 생긴다.
내가 왜 여기서 힘들게 뛰고 있나?
다른 사람들은 마라톤을 하지 않아도 잘만 살던데..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가...
답변이 없는 질문들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내려온다.
그러면서도 뛴다.
각양각색의 마라톤 동호회 사람들이
건강과 행복을 챙기려고 마라톤에 동참한다.
부디 당신의 뜻대로 이루시기를 빈다.
결승점에 도착했다.
지금 이순간 더이상 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행복감은 뛰면서는 찾을 수 없는 그 무엇이다.
그렇다.
나는 어쩌면 더 뛰지 않아도 되는 그 점을 확인하기 위하여 삶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이 순간의 행복을 맛보기 위하여 지나친 자학 일 수도 있다.
더 뛰지 않아도 되는 그 시점을 꼭 내 가슴으로 확인하여야만 직성이 풀리는 못 된 심사를 가졌기 때문일게다.
못난 욕망때문에
불행한지도 모르겠다.
맞다... 그것은 불행이다.
결승점을 통과할때 마음껏 웃고 싶었던 다짐은 간데없고
웃음 보다는 다행이다는 마음이 먼저 자리를 잡는다.
* 일 시 : 2009년 4월 12일(일)
* 코 스 : 분당 중앙공원 - 탄천 - 분당 중앙공원
* 기 록 : 1시간 53분 3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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