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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라 톤

산악마라톤 - 강남 5산 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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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마라톤 - 강남 5산 종주

 

언감생심, 산악마라톤이라니..

자다가도 웃을 일이다.

마라톤을 본격적으로 해 보아야겠다고 결심을하고 실행을 한 지 일년 정도 된다.

일년동안 많이는 아니지만

풀코스 두 번

하프코스 두 번

산악마라톤 21km 한 번

이번에 다시 산악마라톤 26km에 도전했다.

 

양재동 화물터미널 앞에서 start.

 연애인 고수씨가 스폰스 초청으로 참석하여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준다.

물론 그는 끝까지 뛰지는 않았겠지만

청계산 옥녀봉 중턱까지는 열심히 뛰는 모습을 봤다.

어떤 이유에서든 바쁜 시간을 짬내어 같이 참석 할 수 있어서 보기 좋았다.

 

 

 

내가 감히

마라톤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매 번 힘이되어 주는 지인이랑 함께 스타트 라인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서로간에 인정을 약속하거나

믿음이나 신뢰 같은 것을 미리 묶어 둔 일은 없지만,

매번 전투 같은 마라톤 현장에서 만나면 묵묵히 힘이된다.

전장에서 험한 전투를 결행하기 위하여 묵시적인 눈빛 만으로도

우리는 전우애를 느낄 수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렇게 뛰어가자.

 

 

몇 년 전만해도 산을 뛴다는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그저 산을 걸어다니기도 힘들어서

산행을 가자는 아내의 손을 뿌리치고 핑계를 온몸에 칭칭감고,

휴일의 귀한 시간을 돈 세듯 침 발라가면서 세는 게 일과였다.

돈을 세기 전에는 항상 행복하다.

그러나 그 돈을 세면서 다 쓰고 나면 남는 건 허무함뿐이다.

인생도 그렇다.

 

자! 출발...

아무 탈 없이 끝까지 완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인간이기에

왜 욕심이 없겠냐만은

그래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욕심을 제어 할 수 있도록 내 자신에게 되 묻는 일이다.

그래서 숨을 헉헉대며 산을 지치도록 오른다.

 

 

옥녀봉에서 매봉으로 오르는 계단 길이 만만하지가 않다.

호흡을 몰아쉬어도 순하게 넘어가지 않고

무릎에 턱턱 채인다.

새벽에 잠을 설친 탓인지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다.

우려가 생긴다.

끝까지 가지 못한다면 어디쯤에서 포기하여야 할까.

하우현 성당 기점에서 포기하고

혼자서 쓸쓸한 뒷모습만 남긴채 버스를 이용하여 되 돌아 오면 될까.

별의 별 생각을 다 지어보며

무거운 계단을 밟는다.

 

매봉 정상에서 한 숨을 돌렸다.

막걸리 파는 아저씨 한테

반 잔만 달라해서 마시고 

돈이 있었지만 꺼내기도 싫어서 외상을 달았다.

조만간에 산에 오를때 갚으면 되지만

그때 까지는 빚이다.

내 몸이 내 마음에게 빚 진 덕분에

몸은 피로가 좀 풀린다.

 

 

 

하우현 성당 기점에 다다랐을때 간신히 컨디션을 회복 할 수 있었다.

힘들겠지만 끝까지 가야겠다.

외곽순환도로 밑의 긴 통로를 걸으며 바라산 정상을 향하여 발길을 옮긴다.

깔딱고개가 여간 힘들지 않다.

힘을 모으고

마음을 모으고

한 발 한 발,

무거운 발을 옮긴다.

 

이름모를 꽃..

당신이 그 자리에 없었다면

나는 더 많이 힘들었을거야.

내가 물을 한모금 쭈욱 들이키고 호흡을 돌리면서

그대에게 눈길을 주었을때,

당신은 은근한 미소를 나에게 주었습니다.

당신이랑 헤어져서 발길을 돌리고서도

한참동안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잠시

스치는 듯한 인연이었지만,

당신은 치열한 전투에서 잠시 휴식을 주는 한 편의 시였습니다.

 

 

 

바라산 정상에서 멀리 백운호수가 보인다.

많이도 왔구나.

내 인생도 여기쯤 왔을까.

아직 여기까지 못 미쳤을까.

이렇던 저렇던

남은 인생도 열심히 살아가는 수 밖에 없다.

열심히 살아가다가

내게 웃음이 남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고

내가 지쳐 쓰러지고 싶을 때에는

멋진 여인이 따뜻하게 손 잡아 주는 날도 있겠지..

그렇게 힘을내자.

 

힘들게 백운산 정상에 올랐다.

내 몸의 에너지가 몽땅 소진 된 느낌이다.

그냥 푹 주저않고 싶지만 그럴수는 없다.

다시 길을 가자.

내게 주어진 길은 내가 줄여야만 한다.

다른 사람이 아무리 빨리 달려도 내 길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치열한 전투가 끝났다.

이 먼 길을 뛰어 왔다는 것이 행복하다기 보다는

더 이상 뛰지 않아도 된다는 행복감은 뭐라 말 할 수 없을만큼 편안하다.

그렇구나.

행복하고 싶으면,

그만큼 불행을 먼저 서둘러서 담으면 되는구나.

불행을 모르는 행복이 있을까.

흔히...

왜 그렇게 무리하게 달리는가를 묻는다.

그럴때마다 마땅한 대답이 없었다.

이제야 답한다.

행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일     시 : 2009년 9월 28일

 

* 코     스 : 양재동 화물터미널 - 청계산 옥녀봉 - 청계산 매봉 - 이수봉 - 국사봉 - 하우현 성당 - 우담산 - 바라산 - 백운산 -

광교산 토끼제(시루봉) - 형제봉 - 경기대 정문

 

* 거     리 : 26km

 

* 시     간 : 5시간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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