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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桃溪遊錄

돈 먹는 괴물 - T money

by 桃溪도계 2009.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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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괴물 - T money

 

 

 

 

아이가 독서실 갔다가 늦은 시간에 귀가했다. 피곤함보다는 기분이 영 언짢은 표정이다. 자초지정을 물었더니 분함을 추스르지 못하여 훌쩍거리기 시작한다. 급기야 엉엉 울면서 한밤중의 공기를 데운다.

 

사정은 학원을 마치고 티머니 잔고가 부족하여 \10,000을 채우고 버스를 타고 집 앞에 내려 독서실에 들렸다가 귀가하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 \1,200짜리 간식거리를 샀는데 티머니 잔고가 \2,400이 줄었다고 점원에게 말했더니 두 사람의 점원이 학생이 착각하고 있는거라며 돌려세웠다. 아이는 자신의 기억이 정확하니까 억울하다며 항의했다. 그런데도 점원은 학생같은 사람들 때문에 컴퓨터에 이렇게 시시각각으로 기재된다며 계산용 컴퓨터 모니터를 보여주면서 \1,200 밖에 결제되지 않았다면서 몰아세웠다.

 

아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무리 되짚어봐도 자신의 기억이 정확했다. 그건 둘째치고 컴퓨터의 오류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자신의 방식만 옳다고 주장하며 두 분의 어른이 빈틈을 주지않고 막무가내로 큰소리로 몰아세웠다는게 억울하였다.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그래도 덜 억울했을텐데, 수시로 편의점에 들려서 서로 인사하고 가벼운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인데 이럴 수 있을까. 배신감이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아이를 대충 달래놓고 기죽이지 않으려고 내가 편의점에 가서 따졌더니, 점원은 학생이 착각하고 있는거 같다며 판매 내역이 시시각각으로 기재된 컴표터 모니터를 보여준다. 달리 항변 할 수 없었다. 내게는 내밀 수 있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돌아와서는 아이에게 티머니 회사에 전화해서 알아보겠다고 하고는 재웠다.

 

이틑날 티머니 회사에 전화를해서 홈페이지에서 조회가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홈페이지에서 티머니카드의 사용내역을 뽑았다.

 

2009/06/10, 21:12:43 - \10,000 충전(잔액: \10,500)

2009/06/10, 21:14:18 - 버스이용료 \720 지불(잔액 : \9,780)

2009/06/11, 00:28:06 - 간식 구매 \1,200 지불(잔액 : \7,380)

 

 * 실 잔액이 \8,580 이 되어야 하는데 \7,380 이다. 즉  잔액상으로는 \2,400 이 결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내역에는 \1,200만 지불 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다시 티머니 회사에 전화를 걸어 위 내용을 말했더니 자신들이 확인을 하는데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말한다. 만약에 오류가 확인이 되면 확인이 되는 날로부터 환급해주는데 다시 일주일 정도가 걸리니까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기다리라 한다. 그렇게 믿고 무작정 기다렸다.

 

2009/06/29 - 주식회사 스마트카드에서 \1,200 입금 되었다.

 

2009/06/30 - 저녁에 편의점에 위의 자료들을 가지고 방문하였다. 분명히 자신들에게는 \1,200만 입급되었으며, 나머지 \1,200은 티머니에서 먹었으니까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고 항변한다. 그래도 편의점의 시스템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여야지 학생들에게 막무가내로 몰아세우면 학생들이 상처받지 않겠냐고 따졌다. 그렇지만 자신들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각을 세운다. 그렇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큰 잘못이 없다. 그들의 장부에는 한 번만 결제 된 것이 사실이니까. 잘 알지도 못하는 시스템을 의심하기 보다는 학생들에게 덤탱이를 씌우는게 더 편하리라.

 

그 점원은 이런말을 덧 붙인다. 자신은 이런 경우를 첨 당하는데, 이것은 티머니 회사의 명백한 오류이며 이 돈을 그냥 이유없이 삼키는게 아니냐고 나에게 동정을 구한다. 이번 경우 학생이 잔액을 정확하게 기억했으니까 찾을 수 있었지 보통의 경우 잔액을 잘 기억하지 않으니까 손실되는 돈이 도대체 얼마나 되겠냐. 그러면서 하는 말이 티머니 잔액이 \150 정도 남으면 살 수 있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없어서 소용없는 물건이 되어 버린다고 말하면서 학생들이 버리고 간 티머니 카드 대여섯장을 보여준다. 이 잔액이 모이면 일년에 얼마나 되겠냐면서 흥분한다. 이 많은 돈을 아무 이유없이 꿀꺽 삼키는 티머니의 각성을 요구한다.

 

그렇구나. 참 쓸쓸하다. 버스 티머니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시스템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티머니 결제를 하는 상황을 보면 한국이 IT 강국임을 실감하면서 감탄한다고 한다. 그런 자랑 뒤에 숨겨져 있는 헛점을 그냥 이렇게 둘 것인가. 관계당국이나 티머니 회사에서는 시스템 오류에 대한 해명을 하고 보완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아무 이유없이 강탈한 돈을 어떻게든 돌려주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개개인에게 돌려주는게 어렵다면 열악한 사회의 공익단체에 공개적으로 기부한다면 이번 일은 눈감아 줄 수 있다.

 

관계당국이나 티머니 회사에서는 빨리 시스템을 보완하여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한 줄여야 한다. 말 하지 않는 다수를 호구로 보는 괴물같은 근성을 하루빨리 근절하지 않으면 국가나 사회의 아름다운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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