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오픈(2009년)
백구를 지름 108mm의 홀에 넣는 게임이 열린 남서울 컨트리클럽에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골프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그동안 대중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에 몰려있었던 고급스포츠였으나
많이 대중화 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미국 LPGA에는 한국의 많은 여자 선수들이 등록하여 활동하고 있으며, PGA에도 최경주를 비롯한 몇 몇 선수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메이저급 대회에는 많은 갤러리들이 모여들어 관심을 증폭시킨다.
그동안 매스컴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스타급 선수들이 플레이 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물론 그들은 프로선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서
우리들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강경남 선수가 신중한 퍼터를 고르고 있다.
프로선수들이 하는 것을 보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따라 할 수 있을거 같기도 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안다.
가끔 골프를 나갈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언제나 역시나 하는 마침표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김대현 선수가 선두권에서 열심히 경쟁하다가
16번 홀에서 세컨샷을 O.B 내면서부터 무너지고 말았다.
곁에서 지켜보는 내 마음이 이렇게 안타까운데 본인은 얼마나 힘들까.
흔히들 골프는 누가 잘 치는 게임이라기 보다는 실수를 줄이는 게임이라 한다.
그 말이 그 말 같이 들린다.
세상 모든 일 들이
얼마만큼 실수를 줄여 나갈 수 있느냐가 삶을 지혜롭게 살가가는 방법이 아닐까.
그렇지만
우리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
남보다 먼저 남보다 더 잘하려고만 애쓰며 살아왔다.
그래서 더 많이 스트레스 받고 힘들게 살아오지는 않았을까.
지금부터라도 삶을 관조하는 느낌으로 살아가야겠다.
더 잘하기 보다는
실수를 줄여가며 살아야겠다는 여유를 갖고 싶다.
맞다.
그렇게 살자.
거기에 삶의 가르침이 있었다.
휴일을 맞아 많은 갤러리들이 모여들었다.
한 샷 한 샷에 귀를 쫑긋이 세우고 숨을 죽이며 그들에게 정성스런 마음을 보낸다.
그래서 그런지
선수들도 수월하게 게임을 풀어나간다.
어릴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8살부터 골프를 시작하여 쥬니어 시절 한 때
타이거우즈를 넘가했던 오태근 선수
후반홀 중반에 들어서면서
7언더로 배상문선수를 따라 잡아 공동선두에 올라섰다.
한 샷 한 샷 진지하게 공을 치는 그가 연신 물을 마시는 것을 보니 많이 긴장한 듯 하다.
갤러리로 참가 해 본 것은 이번이 첨이다.
막상 현장에 와보니
분위기는 너무 좋지만 게임을 관전하기는 TV를 보는거 보다 못하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고개 내밀고 까치발을 딛고도 모자란다.
이쯤해서
준비해간 김밥을 먹었다.
따뜻한 커피도 한 잔 타서 먹는다.
소풍나온 기분이다.
잔디밭에서 많은 사람들이 운집한 가운데..
그들을 먼저 보내놓고
편안하게 앉아서 인생의 한 점을 찍어본다.
그렇지만 그렇게 편하게 살아오지 못했던가 보다.
마음이 조급해서 체할거 같이 급하게 먹고는 챔피언조를 따라 간다.
아름다운 오월에
푸른 잔디 위에
멋진 선수들의 플레이를 본다.
우리가 그들을 보러 온 건가.
그들이 우리를 위하여 게임을 하는 건가.
마음대로 헷갈린다.
인생은
마음 넓은 사람이 주인이다.
이자리에서 내가 그들보다 마음을 넓혀보자.
내가 주인공이 되자.
마지막 18홀이다.
배상문 선수와 오태근 선수가 공동선두다.
그들은 지금 보이는것 보다 더 많은 심리적인 경쟁을 하고 있을게다.
승부가 그리 쉽지 않다.
정규게임에서 그들은 공동선두로 게임을 마쳤다.
그래서 연장전에 돌입한다.
꼭 그렇게 승부가 필요했을까.
그렇다.
승부라는 건
그들보다는 우리들을 위해서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두번의 연장전 끝에
배상문 선수가 오태근 선수보다 실수 하나를 줄였다.
그래서 배상문 선수는 우승트로피를 가슴에 안고 벅찬 기쁨을 포효한다.
그는 작년에도 KPGA 선수중 최고의 상금왕이었다.
올해 첫 메이저급 대회에서도 우승을 거머지었으니 행복한 표정이다.
그의 앞날이 찬란하게 열어가기를 힘차게 박수친다.
화이팅!
1. 일 시 : 2009년 5월 17일
2. 장 소 : 남서울 컨트리클럽
3. 대회명 : 제 28회 GS칼텍스 매경오픈
4. 우승자 : 배상문
5. 우승상금 : \120,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