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桃溪遊錄

유월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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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고향

 

그곳에는 유년의 꿈이 곱게 자란다.

유월....

따가운 햇빛이 석류꽃을 붉게 물들이는 사연을 굳이 알고 싶지는 않다.

고향에 찾을때마다 모자람을 원망하는 내 마음 속에는 궁극적으로 무엇을 원하는걸까.

가끔씩 고향을 들릴때마다 내 고향이 영원토록 변치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돈나물이 노란꽃을 야무지게도 반짝인다.

어디든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지만 고향에서 보면 남다르다.

고향 까마귀라서 짙어지는 정겨움을 외면하고 싶지는 않다.

 

 

모내기가 한창이다.

요즘에는 예전처럼 품앗이로 모여든 사람들이 논에 가득 모여서 풍년가를 목청껏 불러가며 모를 내는

풍경을 볼 수가 없다.

트렉터로 써래질을 후딱 해 치우고는 라디오가 들려주는 트로트를 들으며 이양기로 모내기를 끝낸다.

새참도 본인이 챙겨가서 일하다가 목 마르면 한 잔하고 일을 이어간다.

요즘은 기계를 많이 다루기 때문에 술을 취하도록 마실수도 없다.

이제나 저네나 눈빠지게 새참을 기다리던 옛날이 그립다.

 

 

배추흰나비가 날개를 너풀대며 개망초 꽃에 앉는다.

거기서 뭘 하니?

너는 고향이 어디니?

너도 마음속에 품은 고향을 항상 그리워하니?

 

 

 

망개....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온 산을 뒤지며 찾아다녔던

새콤달콤한 추억주머니다.

아직도 내 기억에는 새콤달콤한 맛이 가득하다.

거기에 추억까지 한 맛들 더 보태니 가슴이 찡하다. 

 

 

늦 고사리가 성급한 유월을 탓하는듯

삐죽이 올라와서는 겸연쩍어한다.

철 늦은 고사리를 한 봉지 뜯어서 돌아오는 길에

향기가 쌓이는 가슴이 젖는다..

행복이란 이런 맛이다.

 

 

땅찔레가 늦잠을 자느라 지각을 했구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고 그렇게 일렀거늘...

게으름만 피우다가...

 

지금 꽃을 피워서 어쩌려고 그럴까..

향기는 그냥 두고

종종걸음으로 뒤 돌아보지 말고 �아가렴...

가을에 빨간 열매 맺을때 보자꾸나.

 

 

 

 

 

고향에 계시는 어른들이야 불편하겠지만,

내 생활속에 있는 고향이 아니라 가슴속에 있는 고향이기 때문에

고향은 언제나 변치않고 예전 그 모습 그대로 이기를 욕심 부려본다.

내가 고향을 찾을때마다

향수 가득한 모습 그대로이면 좋겠다.

  

 

 

 

하얀 배꽃을 본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럴듯한 예쁜 배를 달았다.

고향은...

세상에 부대끼면서 축쳐진 어깨를 어루만져 줄 것만 같다.

작고 귀여운 배가 내게 힘을 넣어준다.

 

녹색혁명을 꿈꾸던...

농협창고도 이제는 돌보는이가 없는지 혼자 쓸쓸히 길가에 앉아 저녁노을을 삼킨다.

들판의 곡식들을 꽉꽉 채워넣던 그 기개는 다 어디두고

이렇게 외로이 혼자인가...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생각난다.

어쩌면 그렇게도 꼭 닮아가느냐...

 

 

 

유월의 내 고향을 가슴깊이 꾹꾹 밀어넣으며 빨간 홍시를 기다린다.

가슴이 빨갛게 익으면 고향도 익어갈까....

 

* 일     시 : 2008년 6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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