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글을 읽으면서
나는 그 사람의 얼굴도 모른다. 또 직업이나 나이조차 모른다. 단지 알고 있는 것은 그가 산을 좋
아하고 자연을 사랑한다는 것 외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나 웬지 그의 글을 읽으면 옹달샘 물과
같은 맑고 청량함을 느낀다. 특이한 아이러니와 감상적 자연주의도 아니다. 시와 음악이 어우러
진 교향시(symphonic poem)와 고대 그리스 로마의 직설적인 교훈시(didactic poetry)형태의
작품들이 독특하다. 가상적인 현실을 배제하고 실제적인 보고 느낀 공간에서 그의 윤리적인 형
태와 감정적 가치관에 대한 작품으로 이루어졌다. 인간행위의 올바른 원칙과 근거 있는 이기철
학(理氣哲學)을 바탕으로 된 그의 글들을 볼 수가 있는데 중국 송대(宋代)의 성리학(性理學)과
비슷한 보수적인 색체를 띠우고 있다. 그의 글에서는 장단이 있고 가락이 있다. 근래의 맥락 없는 자유시의 형태가 아니고 시의 본래의 정통성을 화폭에 담아 수채화를 그렸다. 철학과 법률 제도와 관습을 가치다원론(價値多元論)적으로 표현을 하였다. 행복이란 성별 나이 민족 종교 환경에 따라서 각기의 그 기준은 틀린다. 그는 산(山)을 사랑한다.
길섶에 흩어진 그리움을 줍는 방랑자는
길이 있어서 행복하다.
-방랑자 전문 중에서-
산인(山人)들은 자연과 교감(correspondence)을 한다. 길섶에 흩어진 꽃잎에게서 그리움을 줍
고 행복을 그리는 것이 시인이요 산인이다. 교감은 일반적으로 법칙(rule). 관례(convention). 적 격(decorum)을 고수하는 것을 말한다. 교감이론을 주창한사람은 보들레이(baudelaire.
charles)이다. 그는 외부적 세계와 인간 사이에 혹은 자연세계와 정신세계 사이에는 교감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시인이다. 저서 악의 꽃( les fleurs du mal)에 수록된 교감은 상징적 양식을 자연세계와 정신세계뿐만 아니라 정신과 외부세계간의 교감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
그래서 그의 글이 맑고 깨끗하였던 것 이다. 그의 옆에는 초록의 냄새와 그리움의 향기. 행복 된
얼굴이 보인다. 그는 자연을 사랑한다. 아니 우리 모두를 사랑한다.
이천 팔년 유월에
문학평론가 박 명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