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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桃溪遊錄

양재천 - 눈

by 桃溪도계 2008.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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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눈

 

아름다운 날이다.

멍 들었던 가슴을 지우려고 눈이 쌓인다.

최근들어 서울에서 눈을 보기가 쉽지않다.

언젠가는 눈을 구경하려면 북극으로 여행을 가야할지 모르겠다.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이다.

아이들처럼 기분이 들뜬다. 잠시 뽀글거리는 가슴을 부둥켜 안고 눈을 맞으러 양재천에 들렀다.

생각만큼 많은 눈이 아니라서 조금은 아쉽다.

 

엄마를 따라나온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든다.

작고 앙증맞은 눈사람을 만드느라 사뭇 진지하다.

그들을 지켜보는 엄마는 흐뭇한 미소를 몰래 감춘다.

눈사람은 아이들의 마음을 담고 그럴듯한 폼으로 세상을 견준다.

세상이 참 곱다.

아이들 마음처럼 세상이 담백한 아름다움이었으면 좋겠다.

 

도심의 복잡하고 쟁쟁거리는 다툼을 순화시켜주는 양재천..

단순하게 물이 흘러가는 개천에 불과하지만,

도심의 사람들에게는 허파를 깨끗하게 씻어주고 마음에 여유를 심어준다.

 

 

텃새가 되어버린 백로 한마리..

쓸쓸한 강가에서 햇 오리의 자신만만한 모습에 주눅이 든다.

철새로 태어나 텃새로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이 게으른 탓도 있겠지만..

환경이 그를 그렇게 묶어놓은듯하다.

눈이 내리는 양재천에서 먹이를 어떻게 구하는지 궁금하다.

꽁꽁 언 보리밥 같은 먹이를 구해서 배탈없이 잘 소화 할 수 있을지 자꾸 마음이 쓰인다.

움츠린 당신의 모습에는 웬지 슬픔이 보인다.

백로야 세상을 탓하기 보다는 ..

그냥 훨훨 날아라..

 

 

 

 

눈이 하얗게 내리는 날에는

돌다리도 사랑을 잃은 마음처럼 외롭고 측은하다.

돌다리를 건너봤다..

자신은 잘 견딜수 있다고 걱정하지 말란다..

아직은 따뜻한 키스의 달콤함을 잊지 않았나보다..

무뚝뚝한 돌에도 사랑이 깃들면 세상은 그리 딱딱하지 않다. 

 

 

물빛에 그려진 잎 떨군 나무...

너를 보고 있노라면 그리움이 채곡 채곡 쌓인다.

말로 표현하면 오히려 지워져 버릴것 같은 그리움..

덧칠할 필요는 없다.

그대로의 그리움이면 사랑도 부럽지 않다.

그들은 어떤 사랑을 꿈 꿀까.

허전하고 외로운 가슴을 채워 줄 그런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 일     시 : 2008년 1월 11일

 

* 위     치 : 서울시 강남구 양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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