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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桃溪遊錄

한가위

by 桃溪도계 2007.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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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한가위는 한가분데에서 그 어원을 두고 있다 한다.

아직도 경상도 지역에는 어원의 꼬투리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일년중에 가장 달이 밝은날 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농경사회를 급격하게 탈피해버린 우리의 산업구조에서는 한가위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풍습으로 조상에 대한 음덕을 기리는 한 번의 명절이다.

물론 한가위의 생성 배경과 발달과정을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 할 수는 없다.

 

한가위를 맞아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다.

지난번 벌초때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찾지 못했다.

어머님께서 한 여름 뙤약볕에 얼굴이 많이 수척해지셨다.

아직 일손을 놓지 않으시다보니 갖가지 농사일이며 종중일, 집안 대소사 등 바쁘신 일상이다.

그 틈을 이용하여 갖가지 천에다 감물을 올려 빨래줄에 말리고 있다.

손자들 이불을 만들고 자식들과 며느리들 옷감을 만드느라 빛 좋은 감물을 들인다.

한가위의 풍성함이 천연염색재료인 감물에 녹아 천에 물들여지고 있다.

어머님 마음 만큼이나 색깔이 곱다.

관절염을 앓아 아픈 손가락으로 저렇에 일손이 많이 가는 염색일을 왜 하실까.

손자들 챙겨주려고 당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다.

몸이 아픈만큼 마음을 챙기고 싶은 마음일게야.

비록 염색하는일이 힘들지만, 손자들한테 좋다면 이까짓 정도는 일도 아니다.

쏟아내야만 하는 사랑....

그것을 주체하지 못해서 하는 일이다.

 

한 대목을 맞은 재래시장에 들렀다.

제례용 생선이며 과일 등 갖가지 물건들이 풍성하게 나왔다.

올해는 과일값이 대체로 비싸다.

경상북도 일부지역에서만 제사에 사용되는 상어고기도 먹음직스럽게 주인을 기다린다.

상어는 크기 때문에 묘사때가 아니면 마리째로 사용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토막을 내어서 판다.

그런이유로 돔베기일까...

돔베기라 하면 사는 사람 파는 사람 가리지 않고 통용되는 자연스런 이름이다.

 

 

생선가게에서 안달복달하던 중에 흥정이 되었다.

가게 주인은 생선를 손질하고

손님은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생선을 쳐다본다.

저 순간 손님의 마음이 읽혀진다.

조상께 깨끗하고 튼실한 놈으로 정성껏 음식을 올리고 ....

타향에서 엄마품에 한 걸음에 달려 올 자식들과 나눠 먹을 생각에 사랑이 고인다.

 

한가위를 기다렸다가 피었을까.

코스모스가 만발했다.

지리한 장마에 가슴에 남은 찌거기들을 몽땅 몰아내어 햇볕에 말리고 있다.

서운했던일

힘들었던일

아픈일

모두 한가위의 행복한 햇볕에 쪼이고

아름다운 달빛에 녹여 사랑을 찾으리라.

 

 

한가위의 청순한 코스모스처럼

내 마음자리도 맑고 아름답기를 빈다.

그게 그저 얻어지겠나..

지리한 장마에도 짜증내지 않고 인내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삶의 자세...

그것만이 예쁜 코스모스를 품어 안은 한가위의 마음일게야.

 

 

 * 일    시 : 2007년 9월 25일(추석)

 

 * 위    치 : 경북 청도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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