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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山 行

5. 내변산 기행(508m)

by 桃溪도계 2006.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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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시 : 2006년 4월 8일

2. 위치 :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3. 산행코스 : 운산리 - 분초대 - 분기점 - 낙조대 - 월명암 - 갈림길 -  선녀탕 - 분옥담 - 직소폭포 - 관음봉 - 세봉 - 내소사

4. 산행시간 : 5시간

 

 ** 산행후기 **

 

  부안에는 여기저기서 봄이 출렁인다. 요즘은 보기 힘든 보리밭에는 보리싹이 파랗게 봄볕을 쬐고 있고, 양파와 마늘 모종들이 하늘을 쳐다보며 하늘거린다. 그 옛날 바다였을것같은 넓고 넓은 평야에는 농사준비에 열중인 농부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올해는 남부지방의 댓잎들이 모두 하얗게 말라죽는 백화현상에 몸서리치고 있다. 보기도 흉할 뿐더러 대나무로 생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가슴을 죄는 일이다. 백화현상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최근 중국산 죽공예품들때문에 대나무를 베어내지 못해 밀실이 원인이라고도 하고, 또 어떤이는 지난해 추위때문에 대나무가 얼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도 한다. 두 원인 모두 올해만 있는 특별한 현상이 아니기에 쉽게 수긍 할 수 없다. 옛날 선인들은 우주의 천기가 바뀌면 백화현상이 일어난다고 하였다. 그러면 지금이 혹시 천기의 흐름이 바뀌는 시기라서 대재앙을 예고하는걸까.

 

  등산로 진입로인 운산리 아낙들은 좁은 동네길 안으로 집채만한 버스가 들어오는게 눈에 거슬리는지 호기심과 짜증스런 눈빛이 교차된다. 산행초입에는 여느산과 별 다를게 없다. 산에 붙자마자 바로 가파른 등산길이다. 오늘은 선두에서 산행을 해 볼 욕심으로 무리하게 가파른 등산길을 올랐다. 산 허리쯤 갔을까. 입에 거품이 나고 호흡이 가빠지고 횡경막이 땡긴다. 어제 과음한 탓일까. 더이상 버틸 수 없어서 선두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가다 쉬다 하는통에 중간쯤으로 밀렸다.

 

  산을 욕심으로 오르려던 시도 자체가 무리다. 아직 내공이 쌓이지 못한 주제에 무리한 시도는 자신을 힘들게한다는 단순한 진리마저도 챙기지 못했으니, 산이 그리 호락하게 자존심을 내 줄리가 만무하다. 8부능선쯤 올랐을까. 월명암에서 울려나오는 독경소리가 온산을 흔든다. 산 울림에 의해 무슨 말인지 알지도 못할 목탁소리와 독경소리가 경거망동 하지 말라고 나의 가슴을 울린다.

 

  월명암은 산속 깊이 들어와 앉아 있어서 정갈한 느낌을 준다. 이 산속까지 어떤 사람들이 불공드리러 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깊은 골짜기에 있다. 그런데도 결코 작은 규모의 암자는 아니다. 산을 올라올때 들렸던 독경소리는 흔히 요즘 절에서 카세트 테잎을 틀어놓고 들려주는 거 겠거니 생각했는데, 막상 대웅전을 들여다보니 노 스님이 짱짱한 자세로 깊은 울림을 창창하게 내어 놓고 있다. 잠시 내가 가졌던 편견이 부끄럽다.

 

  월명사 입구에 새겨놓은 글이 나를 엄숙하게 한다. "걸림없이 살줄알라"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때 과감히 행동하라.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태산같은 자부심을 같고, 누운 풀처럼 자신을 낮추어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때를 조심하라. 재물을 오물처럼 볼 줄도 알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려라. 때로는 마음껏 풍류를 즐기고, 사슴처럼 두려워 할 줄 알고, 호랑이처럼 무섭고 사나워라. 이것이 지혜로운 이의 삶이니라."

 

  월명암에서 직소폭포까지 내려오는 산행은 산보나들이처럼 수월하다. 군데군데 지난겨울 눈에

소나무 가지들이 힘없이 뿌러지고, 어떤 나무는 몸통이 통째로 꺽여있다. 자연의 힘 앞에 스스로 낮아진다. 황사가 심해서 시야가 흐리는게 흠이다. 앞으로 보이는 산은 능선이 아름답고 산중에 웬 호수가 있어 다소 신비롭다. 분옥담이다. 골짜기에 들어앉은 담이 웬만한 저수지 만하다. 직소폭포는 물줄기가 힘차다. 겨우내 품었던 찌꺼기들을 일전에 내린 봄비에 씻어 내 놓느라 물줄기가 예사롭지 않다. 폭포에서 물 떨어지는 모습은 암소가 소변을 보는 형상이다. 너무도 똑같아 혼자서 히죽히죽 실소를 한다. 

 

  직소폭포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한숨 돌린뒤 다시 산행을 이어갔다. 그새 다리가 풀려 관음봉으로 오르는데 힘이든다. 왼쪽 정강이와 뒷꿈치에 무리가 온다. 등산을 하다보면 내 몸의 무리를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 생활속에서 쉽게 숨겨왔던 아픔들을 정확하게 진찰할 수 있다.

 

  관음봉 등산로부터는 암반이다. 관음봉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수직벽같은 바위를 올라야한다. 보기는 두렵지만 막상 붙어서 올라보면 오를만하다. 관음봉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내소사는 정말 멋지다. 성냥곽을 예쁘게 흩어놓은 모습이다. 세봉을 지나 내소사로 하산하는길은 등산의 흔적이 드물어 하산길을 까다롭게 한다. 

 

  내소사에는 벗꽃구경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아직 벗꽃은 망울을 터뜨릴 준비만 했지 꽃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사람들이 실망했을까. 물론 그럴수도 있겠지만, 원망하는듯한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고 봄날에 아름다운 사찰에 바람쐬러 온것만으로도 행복한 모습들이다.

 

  내소사는 백제때 창건된 고찰이다. 내소사에서 주차장까지 전나무 밭이 가히 일품이다. 키가 쭉쭉 뻗은 전나무는 절에 들러는 사람들의 마음을 낮추게 하고도 남음이 있을만큼 위엄과 기품이 있다. 산을 내려오는 사람에게도 낮추고 살아가기를 훈수하는것 같다.

 

  돌아오는길에 근방에 있는 곰소항에 들러 젖깔의 비릿함을 흠뻑 적시고, 물 빠진 갯벌을 바라보며 새만금 간척사업의 미래에 대하여 잠시 생각했다. 후손들에게 과연 잘 한 일이라고 기록될 수 있을까.

 

  ** 사  진 **

 

부안 들녘의 양파모종


백화현상에 의해 말라버린 대나무



월명암 대웅전


월명암 뜰에 피어있는 수선화











분옥담






직소폭포














현호색












내소사 경내에 있는 동종(보물)








내소사 대웅전







지난 겨울 눈의 무게를 못 이기고 뿌러진 소나무


내소사 뒷산에 핀 춘란



내소사 입구 전나무 숲




곰소항 앞바다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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