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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山 行

4. 한라산 - 백록담(1,950m)

by 桃溪도계 2006.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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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시 : 2005년 7월

2. 위치 : 제주도 한라산

3. 산행코스 : 성판악 입구 - 속밭 - 사라악 - 진달래밭(1,500m)- 진달래산장 - 정상(1,950m) *왕복

4. 산행시간 : 9시간

 

  ** 산행후기 **

 

  결혼후 14년만에 다시 제주도를 찾았다. 신혼부부 딸랑 둘이서 신혼여행때 왔다가 세월의 때를 더하면서 3명의 식구를 불렸다. 인생이 다 그러하듯 세월이라는 시간은 모든것을 변화시킨다. 용서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용서를하고, 아픈사람에게는 아픔을 달랜다. 웃음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웃음을 주고, 사랑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사랑을 준다.

  7월의 제주는 푸른 바다와 녹음 우거진 나무, 그리고 아스팔트를 녹이듯 이글거리는 태양으로 정의된다. 젊은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제주 일주하느라 지친 패달을 밟아댄다. 성판악으로 들어가는 입구 도로는 나무가 도로를 뒤덮어 나무터널을 이루고 있어 한낮인데도 어두컴컴하여 신비감을 준다.

  성판악에서 이것저것 등산에 필요한 물품들을 보충하고 꿈으로만 기억되던 한라산 등반에 올랐다. 초입에는 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어 시원하고 신선감이 돈다. 산행 초입에는 대체로 평탄하다. 아이들도 부담없이 산행할 수 있는 코스로 이루져 있다. 차츰 호흡이 가빠질 즈음에 양옆으로 산죽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또 다른 시각으로 피로를 달랜다.

  군데군데 산죽군락이 있지만 대부분은 원시림같은 우거진 나무들로 빈틈없이 빼곡하다. 썩은 고목나무가 쓰러지고 넘어져 속살을 내 놓고 있는 모습이 삶의 무상함을 일깨워준다. 창창하게 서 있을때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을 큰 나무들이 비와 바람에 쓰러졌는지. 아니면, 병충해를 못이겨 고집을 꺽었는지 모르겠지만 인간들에게 당신의 미래를 예지해주는것 같다.

  진달래 산장에 이르기 전에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땀을 쏟아내며 화통 같은 호흡을 몰아낼때 공수부대 군인들이 산악행군 훈련을 하느라 앞질러 간다. 우리 일행은 걷기도 힘든 길을 산악구보하듯이 줄지어 뛰어간다. 한라산 노루가 뛰어가는듯한 느낌이다.

  진달래산장에 들러 피로를 녹였다. 물을  마시고 그늘에 몸을 맡기며 햇빛과 가파른 등산로를 오르느라 지친 몸을 쉬었다. 진달래 산장은 해발 1,500미터에 위치하고 있다. 진달래 산장에는 진달래밭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여기서부터는 큰나무는 거의 없고 진달래를 비롯한 잡목들과 잡초들로 산을 둘렀다.

  진달래밭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정상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한라산 등반길에 올라 등산로에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8부능선부터는 등산로를 나무계단으로 정비해 놓았는데 큰산에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바람이 거세지고 산안개가 순식간에 몰려다니며 숨바꼭질하듯 우리를 맞는다.

  정상에 가까와 지면서 부터는 설레임이 앞선다. 힘들지만 한라산 정상을 밟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피로를 달래며 한발한발 올라간다. 아이들도 크게 보채지 않고 잘 따라와주니 고맙다. 8월의 태양이 내리쬐는 한라산의 정상 부근에는 목장처럼 초지만 형성되어 있어 시야가 확 트인다.

  드디어 백록담 정상이다. 백록담 분화구는 텅 비어 있는 느낌이다. 밑바닥에 물이 조금 있긴 하지만 불만스럽다. 순간 백록담에 백두산 천지처럼 물이 가득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를 생각해봤다.

  기념촬영 몇 컷 하고 아침에 준비해온 도시락을 펼쳐놓고 점심을 먹었다. 한라산 정상에서의 점심을 먹는맛은 영원히 가슴에 저장되어 두고두고 꺼내볼수 있는 빛 바래지 않을 이벤트였다. 큰 호흡으로 제주를 느끼고 한라산을 기억하고 백록담을 가슴에 품었다. 그 옛날 백록이 평온하게 뛰어 다녔을 한라산 정상에는 백록 보다는 알룩달룩한 등산복으로 차림을 한 인간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이젠 백록담白鹿潭이 아니라 백인담 百人潭이 더 자연스럽다.

  한라산 정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왜 올라 왔는지 모르겠지만, 신비감은 사라지고 동물원 같은 가족공원의 일상으로 느껴지니 한스럽다. 물론 우리도 그 부류에서 예외는 아니다. 누굴 원망하고 누굴 탓하겠는가. 한라산 정상에 못 가봐도 좋으니 지금보다 몇배나 더 높아서 인간들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했으면 하는 심통이 발동한다.

  다행히 날씨조건이 좋아 백록담 밑바닥을 볼 수 있고 주변의 시가지와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는 것은 한라산 등반에서 행운을 얻은 것이다. 

  땀이 식고 바람이 부니 체온이 내려간다. 태양이 내리쬐는대도 불구하고 어실어실 해진다. 서둘러 하산길을 정했다. 언제 다시 뵐날 기약없이 그냥 아쉬움과 미련만 남겨둔채 몰려오는 피곤을 피하려고 하산을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산에 오르기전부터 컨디션이 좋지않아 많이 힘들었는데 끝까지 등반에 성공했다는 마취로 진정할 수 있었다.

  하산길은 그리 힘드는코스는 없다. 그냥 평범하게 쭈욱 내려오기만 하면 된다. 다리가 풀려서 내려오면서 쉬엄쉬엄 쉬어가며 사진도 찍으면서 한라산을 오래도록 기억할 감정들을 정리하면서 하산을 했다.  

  한라산 백록담 !!

  내가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신혼여행을 보냈던 제주도에서, 결혼생활의 결과로 얻어진 아이들 3명을 데리고 한라산 백록담 등반을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느낌은 뭐라 말 할 수 없다. 인간의 윤회같은 정해진 길을 피할 수 없었다는 느낌이 든다.

  한라산 백록담 산행은 내가 원했던 길이 아니라 내가 가야만 했던 길이 아니었을까. 

 

  ** 사  진 **

 

























산방산과 용머리입니다. 산방산 뒤에 걸린 구름너머로 신선이 살고 있을 것 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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