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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山 行

3. 동악산(735m)

by 桃溪도계 2006.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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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시 : 2006년 4월 1일 07:00 , 서초구청앞출발

2. 산악회 : 뫼솔

3. 위치 : 전라남도 곡성군 곡성읍, 동악산

4. 산행코스 : 도림사 - 신선바위 - 북봉(735m) - 청계동 갈림길 - 배넘이재 - 대장봉 - 형제봉  (715m) - 길상암터 - 도림사

5. 산행시간 :5시간

6. 서울도착 : 20:10

 

  ** 산행후기 **

 

  남도지방에도 아직은 봄 기운이 제대로 안기진 않았다. 동악산 초입에 수양버드나무는 연녹색 잎새를 뾰족이 초롬초롬 내 밀었다. 진달래꽃은 수줍음을 감추려는듯 아직은 서툴게 피어있어 얼굴 내밀기를 주저하는 모습이다.

  산에 오르기전부터 봄비가 내려 산행의 어려움을 예지한다. 봄 가뭄이 심해 탈진할듯한 나무와 풀들에게 꿀맛같은 봄비다. 산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곤혹스러운 비겠지만 세상을 향해서는 더없이 고마운 비다. 이 비가 내리고 나면 봄은 한결 더 활기를 띨 것이다. 제발 봄비의 기운으로 산불이 좀 진정되었으면 좋겠다.

  동악산은 큰 산맥의 줄기를 이루기 보다는 독립형의 산형이다. 북봉까지 오르는 산세가 가파르다. 호흡을 고르기가 어려울정도다. 산 중턱쯤에서 빗줄기가 굵어져 비옷채비로 바꾸고 산을 오르는데 비와 땀이 범벅이 되어서 산행의 어려움을 보탠다.

  북봉 정상에서 잠시 머무를 틈이 없다. 산 안개가 자욱하고 바람이 거세다. 허겁지겁 서둘러 형제봉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산등성이는 산성처럼 생겨서 좁고 양옆으로는 낭떠러지다. 온산에 운해만 자욱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나와 산과 산안개 만이 세상의 전부다.

  섬진강을 품어안고 있는 동악산 정상에 올라 섬진강 자락도 볼수없음이 아이러니다. 산악회 일행들도 허겁지겁 길을 재촉한다. 큰 비를 피하기 위해서 산행시간을 단축하려는듯 미친듯이 앞만보고 걷는다.

  산 정상에는 생강나무꽃과 산수유꽃이 노랗게 형제처럼 피어있고, 진달래는 아직 피지않고 봉오리를 옹알거리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동악산에는 다른산에서 보지 못했던 노각나무가 더러 보이는게 좀 이색적인 느낌이다.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걷기만 한다. 마치 패잔병들이 피난하는듯한 행군의 모습이다. 비를 맞고 축쳐진 발걸음을 목적없이 그냥 옮긴다. 잠시 틈을 내어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도시락을 먹었다. 비를 맞으며 비와 비벼서 꿀꺽꿀꺽 넘겼다.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반찬이라고는 양파와 양배추에 된장이 전부다. 꿀맛이다. 밥을 먹으면서 지체할 시간이 없다. 후미에 위치해 있어서 마음이 다급해서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피로를 풀고자 소주를 물 마시듯 마셨다.

  동악산은 이름값 하느라 산세가 보통은 아니다. 그래도 악산의 모양새는 다 갖췄다. 형제봉 정상에는 바람이 더 거세어져 빨리 하산하고 싶은 마음을 충동질했다. 형제봉에서 도림사쪽으로 하산길은 온통 돌 두덩이다. 꽤 까다로운 산행길이다. 비를 맞아 돌이 미끄럽다. 발목에 무리가 가는지 힘이 느껴진다. 다리도 풀리고 근육통이 생긴다. 무리한 산행을 했다.

  동악산은 해발이 높은건 아니지만 산행코스가 만만하거나 쉽지는 않다. 해발보다는 더 높다는 느낌이 들고 산행하기에는 산사람들의 다짐이 필요한 산이다. 초보자에게는 권하고 싶지않다. 북봉까지 오르는데도 힘들지만,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할때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한다. 하산길은 도림사 계곡길이다. 올망졸망한 바위와 큰 돌로 이루어진 계곡이 나름대로의 멋을 갖추고 있다.

  남녘지방이지만 아직은 봄의 느낌보다는 겨울의 옷을 많이 입고 있는듯하다. 산에 오를때마다 호흡을 몰아부치며 왜 오르는지, 내려가야 할 산을 왜 힘들게 오르는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다가 정상에서 길게 호흡을 내쉬면서 자연은 멋지고 내가 높이 있다는 느낌하나 가지고는 위안을 하지만, 산을 내려올때는 항상 허무함을 메우지 못해 다음 산행을 가슴에 새긴다. 

 

 

  ** 사  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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