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아름다운 동행
山 行

6. 삼악산(645m)

by 桃溪도계 2006. 4. 17.
반응형

1. 일시 : 2006년 4월 15일

2. 위치 : 강원도 춘천시 서면

3. 산행코스 : 매표소 - 등선폭포 - 선녀탕 - 흥국사 - 용화봉(645m) - 상원사 - 의암댐매표소

4. 산행시간 : 3시간

 

  **  산행후기 **

 

  강촌역에서 주차를 하고 강촌대교를 지나 등선폭포 입구까지 걸어가려면 다소 지루한 느낌이 든다. 성격이 급한사람은 이 구간을 걷는데 지쳐버릴것같다. 등선폭포 입구에서 자판기 커피 한잔 마시고 상가입구 같은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면 다소 도회적이고 이색적인 느낌을 갖는다. 뭔 이런곳에 산이 있을까 싶다. 처음 시작은 다소 실망스럽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인걸 내가 어쩌겠는가.

 

  매표소를 지나자 마자 심한 협곡에 나무계단을 맞는다. 등산로 입구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별천지같은 장관이 펼쳐진다. 좁은 협곡은 어머니의 자궁속을 들어선 느낌마져 들어 위협적이라기 보다는 편안하고 경이롭다. 군데군데 소가 있어서 한 숨 돌릴수 있는 여유를 준다. 자연의 배려다. 등선폭포는 갈수기에 물이 줄어들어서인지 폭포라기보다는 작은 물줄기가 졸졸 흘러내리는 느낌이다. 나뭇군과 선녀의 전설을 만들었다는 선녀탕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빚어서 만든 커다란 요강같다.

 

  흥국사까지 이르는길은 계곡따라 올라오는 길이라서 올망졸망하고 주변의 진달래와 현호색 같은 들꽃과도 잘 어울려 친근감을 준다. 가을에 이 길을 들어서서 호젓이 연인과 손 잡고 걷는다면 정감이 더 할것 같다.

 

  흥국사를 기점으로 좌측으로 등산하면 강촌대교쪽으로 하산 할 수 있으나, 정상에 이르려면 오른쪽으로 발길을 옮겨야 한다. 흥국사에서 용화봉 정상에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333개의 돌계단을 오를때에는 뱃속에 차 있는 헛것을 다 내 놓아야 한다.

 

  돌계단을 지나 9부능선에 이르면 여느산 정상답지 않게 참나무와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정상인 용화봉은 대머리 아저씨처럼 머리카락이 다소 겸손하고 바위돌이 삐쭉삐쭉 아무렇게나 배열되어 있어서 그나마 정상으로서의 체면치레를 한다.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명지산쪽 능선과 화악산쪽 능선이 아련하게 물결처럼 펼쳐보이는 모습은

삼악산을  결코 얕볼 수 없게 만든다. 그리 높지 않지만 자존심 강한 산이다. 주변의 친구들이 삼악산을 호락호락하게 얕보지 못하게 위협을 준다. 의암댐을 중심으로 춘천시내로 뻗어나는 정경이 마치 수반에 얹혀진 느낌이어서 안락하고 친근감이 듬뿍 배어 나온다.

 

  삼악산 정상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그 옛날 맥국의 중심지 였다는 사실이 그냥 만들어진게 아니라는걸 느낄 수 있다. 광주산맥의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으면서 독립형의 산세로서 산 정상에 접근하기가 예사롭지 않다. 협곡과 기암을 거쳐야만 접근이 가능한 범상치 않은 요새다.

 

  상원사쪽으로 내려오는 하산길은 온통 바위산이다. 등산객들을 위해 밧줄과 가드라인을 만들어 놓아 한편으로는 재미있게 산을 즐길 수 있다. 긴장을 풀 수가 없는 길이다. 언뜻언뜻 발길을 멈출 수 있는 작은 댓돌같은데 올라서서 한숨 돌리면서 내려다 보는 의암댐은 정말 멋지다. 인공이 가미된것 같은 붕어섬도 나름대로는 애교가 있다.

 

  의암댐은 춘천의 빨래터 같은 친근한 느낌을 주는 호수다. 도시와 호수가 다정스럽게 배치되어 있는 폼이 보는이로 하여금 마음과 몸을 머물게 한다.

 

  삼악산을 내려오며 매번 되뇌이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삼악산에는 내가 있던가.

  삼악산에도 나는 없었다.

  나는 어디 있을까.

  영원히 찾지 못할것이다.

  산에는 허영과 오욕에 찬 사람을 숨길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산을 올랐을까.

  뭘 얻으려고 산을 올랐을까.

  올랐으면. 왜 내려왔을까.

  또 산을 오를것인가.

  오른다면 왜 오를것인가.

728x90

'山 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계산  (0) 2006.05.07
7. 유달산(221m)  (0) 2006.05.07
5. 내변산 기행(508m)  (0) 2006.04.08
4. 한라산 - 백록담(1,950m)  (0) 2006.04.02
3. 동악산(735m)  (0) 200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