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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수필집[파고만댕이의 여름]

부부의 연

by 桃溪도계 2007.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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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연


   아무렇게나 생긴 모과처럼 세상이 많이 삐뚤빼똘해졌다.

  

   부부는 하늘이 내린 인연이다. 하늘의 염력이 모자란 탓일까. 최근 들어 우리사회는 부부간의 인연의 끈이 튼실하지 못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소득수준과 문화수준이 높아지면서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 그것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의 법을 가벼이 여기는 까닭이다. 굳건해야 할 인연의 고리가 마음대로 헝클어져 발생하는 재앙이다.   

 

   요즘 젊은이들 중 일부는 결혼을 인생에서 한두 번쯤 취미삼아 벌이는 이벤트행사로 여긴다. 그리고는 예사롭게 살다가 쉽게 이혼한다. 이혼하기 위해서 결혼하는가 싶을 정도로 혼돈스럽다.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생의 중후한 멋을 알 만한 사오십대 중장년층의 이혼율도 만만하지 않다. 심지어 황혼이혼이라 하여 육십대 이후의 이혼도 심심찮게 회자된다. 하늘의 인연법도 자칫 실수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도저히 부부의 연을 이어가지 못할 사람은 차라리 이혼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새 삶을 얻는 게 지극한 아름다움 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비율이 높다 함은 사회적인 문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이혼의 사유는 부부간의 성격문제, 재산문제, 종교문제, 부모문제, 술이나 바람피우는 문제 등 실로 다양하다. 이혼의 사유를 일일이 다 열거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지극히 부부의 주관적인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혼의 사유를 단정적으로 딱 집어서 얘기 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문제들은 쌍방 간의 입장을 이해 할 수 있어도 부모문제, 재산문제로 이혼한다 함은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우리사회가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급속한 핵가족화로 분화되는 과정에서 정체성을 상실하는 내홍을 앓고 있다. 여성 입장에서 시부모님을 모시는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왜 모셔야 하는지 명분을 상실해 버린 것이다. 요즘은 변화를 거듭하면서 시부모들도 능력되는 한 굳이 자식들에게 의지하기 보다는 독립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사소한 문제로 다툼이 늘어간다.

  

   친정부모와 시부모를 대등한 입장에서 보살펴야 한다는 조건에서는 사회적으로 많이 동의되었지만, 아직은 남편의 양보가 모자라기 때문에 이혼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내 입장에서 시부모 보다는 친정부모를 더 가까이 지내려는 인식이 보편화 되면서 남편 입장에서는 아직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 그것은 이혼을 합리화 시키는 하나의 씨앗으로 작용한다. 물론 시부모를 모시는 문제를 전적으로 아내의 책임으로 전가하려 함은 아니다. 부모님의 문제로 이혼한다 함은 어떤 한 쪽의 문제라기보다는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

  

   내 사랑하는 자식들이 태어 날 수 있도록 유전인자를 제공 해 준 배우자의 부모문제로 이혼한다 함은 어떤 이유로도 설득력이 없다. 그것은 부부의 의무를 상실하는 행위이며 도덕성이 결여된 저급한 행위이다. 설령 자식을 사랑하지 아니한다는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문제이다.

  

   부부의 의무가 무엇인가. 부부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각기 다른 유전인자를 부부라는 인연을 통하여 자식에게 온전한 몸과 마음을 무탈하게 연결하여 후대를 이어가는 성스러운 법칙이다. 그것은 하늘의 명령이며 부부가 지켜야할 절대 절명의 과제이다. 어찌 부모문제로 이 엄숙한 자연의 섭리를 배반 할 수 있겠는가.

  

   부모문제로 인한 이혼사유를 부모님 모시는 문제로만 국한 한다면 편협 되고 왜곡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부모문제로 인한 이혼사유의 많은 부분이 부모님 모시는 문제로부터 기인한다는 현실을 간과 할 수는 없다. 자식에게 건강한 부모가 되어야 할 책임이 있는 부부가 부모의 문제로 이혼한다 함은 아이러니다.

  

   이혼사유 중에 가장 많은 부분은 아마 재산문제일 것이다. 재산 문제라 함은 실로 다양해서 그 예를 설명 할 수도 없다. 단지, 부부의 연을 맺은 사람들이라면 사랑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아름답게 감싸 줄 수 있는 천생의 인연일진데, 어찌 인간의 이기심으로 너덜너덜 때 묻은 재산문제로 이혼을 하려하는가.

  

   부부의 연을 맺을 때, 사랑이 아닌 재산을 탐하여 맺었는가. 그러했다면 그것은 하늘을 속이고 자신을 속인 것이다. 하늘을 속인 죄로 자식들의 가슴에 눈물을 심는 잔인한 사람들이다. 자신을 속인 죄로 부모 가슴에 못 박는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추한 사람들이다.

  

   다양한 사회에서 복잡하게 얽혀 살아가는 현대의 삶 속에서 그 이유야 어떠했던 필연적으로 이혼을 해야만 더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아 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하늘이 맺어준 부부의 연을 맺고 살면서 이혼만이 최선의 선택인 사람들은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사회가 혼탁해도 아직 하늘은 청명한 총기를 잘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혼을 고려하는 사람들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 특히 부모나 재산문제로 이혼하려 하는 사람들은 무슨 명분으로 이혼을 정당화 하려는가. 이기심의 문제라면 자식보다 더 소중한 보물을 어디에서 찾으려는가. 자신들을 돌이켜보라 인내심이나 이해심이 부족하지는 않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사랑이 모자라지는 않는가.

  

   사랑을 만들려 하는가. 사랑은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가슴속에서 찾는 것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당신 가슴을 찬찬히 뒤져보라. 사랑이 지쳐 시들어가고 있지 아니한가. 사랑을 예쁘게 만들려 했다면 그것은 가식이었다. 이제 사랑을 만들려는 수고는 필요 없다. 자신의 가슴에서 한줄기 빛을 소망하는 사랑을 찾아서 꺼내면 된다. 그래도 못 찾겠거든 부부의 연으로 맺은 배우자의 가슴에서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예쁜 사랑을 찾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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