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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수필집[파고만댕이의 여름]

아름다움에 대하여

by 桃溪도계 2007.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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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이라는 단어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설렌다.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아름답다’라는 표현만큼 정감 있고 내 정서를 자극하는 적절한 말은 없다. 아름다움이란 눈으로 전달되는 감정만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 가슴속에 재워두었던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느낌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새벽안개를 헤치고 가로수 길을 자전거로 통학하는 학생의 희망.

지친 노동을 마치고, 손자들 재롱을 꺼내보며 흐뭇한 땀을 훔치는 농부의 미소.

가을바람에 부산히 쏟아지는 낙엽을 말없이 주워 담는 환경미화원의 부르튼 손.

새벽시장, 장작불에 언 손을 녹이며 생선을 파는 아주머니의 입심.

헤어진 가족이 반세기 만에 만나 이산의 아픔을 절절히 토해내며 부둥켜안고 쏟아내는 울음.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의 점심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바쁜 땀을 흘리며 봉사하는 따뜻한 가슴. 

양재천에 둥지를 튼 너구리 가족들이 사람들에게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쏟아내는 반짝이는 눈.

소년가장이 늦은 하교 길을 서둘러 병환에 든 할머니 수발을 위해 빨래하고 설거지 하는 소리.

쌀쌀한 퇴근길에 골목길 언저리에서 풍기는 군고구마 냄새.

월드컵 4강에 진입하여 온 국민의 가슴에 뭉클함을 던지는 감격과 환희.

세상의 어둠을 밝히기 위해 밤낮으로 기도하는 구도자의 절절한 염원.

  

그 어떤 비경에 비할 수 있을까.

인간의 모든 감각기관으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의 실체를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추한 것 이상으로 아름다움도 많다는 사실이다.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은 추한마음을 가진 자 보다는 많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화장을 한 미인의 모습이나, 자연이 빚어낸 천하절경도 인간이 연출하는 생활 속의 아름다움에는 미치지 못한다.

 

인간은 때때로 아름다움을 염원한다.

나는 거울 앞에 설 때마다 그 거울이 아름다워지기를 고대한다.

나의 모습이 아닌 나의 마음이 아름다워 보이는 거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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