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한루
가을을 맞으러 춘향이의 본 고장 남원에 들렀다.
100여개의 異本이 전해진다는 춘향전중 하나라도 제대로 끝까지 읽어 본 적은 없다.
내가 경험한 춘향전은 영상으로 꾸며진 이야기들이 전부다.
나는 춘향전을 어떻게 꾸며갈까.
광한루는 조선시대 이름난 황희정승이 남원에 유배되었을 때 지은 것으로 처음엔 광통루(廣通樓)라
불렀다고 한다. 광한루(廣寒樓)라는 이름은 세종 16년(1434) 정인지가 고쳐 세운 뒤 바꾼 이름이다.
지금 있는 건물은 정유재란 때 불에 탄 것을 인조 16년(1638) 다시 지은 것으로 부속건물은 정조 때
세운 것이라고 한다.
남원시는 다소 시골풍이 느껴지는 한적한 작은 도시다.
새롭게 단장한 남원역은 고풍스런 멋을 흉내내었다.
남원을 찾는 사람들에게서 아름답거나, 슬프거나, 즐거운 이야기들을 기억하기 위하여 하늘을 곱게
이고 있다.
광한루 출입문을 밀고 들어가면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완월정이다.
완월정은 지상의 사람들이 천상의 세계를 꿈꾸며 달나라를 즐기기 위해 지은 것으로,
달이 뜨는 동쪽을 향해 있는 수중 누각이다.
지금은 춘향제의 무대로 활용되고 있다.
광한루 앞뜰에는 지당을 만들고 정원을 인공적으로 꾸몄다.
아침 저녁으로 싸늘해진 날씨탓에 감기가 들렸을까.
수양버들잎이 짙푸름을 감춘다.
맑은 지당물은 헛된 욕심에 얼룩진 가슴마저 비치게 한다.
물 그림자의 자태는 느긋한 아름다움을 품었다.
가만히 손을 넣어 흔들어 보고 싶다.
하늘이 흔들리겠지.
어지러울까.
樓 란...
사방을 트고 마루를 한층 높여 자연과 어우러져 쉴 수 있도록 경치 좋은 곳에 지은 건물을 일컫는다.
광한루는 호남 제일의 누각이다.
인공정원과 어우러진 팔작지붕을 이고 있는 광한루에 올라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고 싶다.
오작교의 그림같은 풍경이 견우와 직녀의 슬픈 전설을 이어간다.
다리를 건너면서 직녀를 꿈 꿨다.
나의 가슴을 채워 줄 직녀는 어디 있는걸까.
나의 옆지기일까.
글쎄...
그랬다면 오작교는 필요 없었으리라.
나는 오작교에서 직녀를 기다리리라.
슬픔마저도 아름다운 직녀를 품으리라.
춘향을 모시는 사당이다.
실존 인물인지...
단지 소설의 주인공인지..
그는 수백년을 살아서 우리들의 가슴에서 가슴으로..
입에서 입으로 함께 살아간다.
나의 가슴에도 너의 가슴에도 자기만의 멋진 춘향이가 안겨있다.
* 일 시 : 2007년 9월 9일(일)
* 위 치 : 전라북도 남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