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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수필집[파고만댕이의 여름]

돈, 돈, 돈

by 桃溪도계 2006.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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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회에서 돈은 돈이 아니다.

  

   인간에게 초기 집단사회가 형성되면서 교환경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이로 인하여 물질교환의 편리한 수단이나 재화 축적의 수단으로 돈이 생겨나 현재에까지 이어져 오면서 그 본래의 기능을 훼손하지는 않았지만, 사회의 변화에 따라 여우같이 변신하면서 뿌리를 내려왔다.

  

   인간에게 있어서 돈은 절대자 그 이상이다.

  

   귀신도 돈 앞에서는 화를 풀고 요술을 부리며 때깔을 바꾼다. 인간본성을 교화시키고 참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종교단체도 돈 앞에서는 무기력 한 게 현실이다. 인간존엄의 평등의 가치를 가장 엄숙하게 가려야할 법도 돈 앞에서는 맥없이 무너지는 사례를 종종 경험한다. 오죽하면 ‘유전무죄’ ‘무전유죄’ 라는 말이 버젓이 낯짝을 들고 다닐까.

  

   돈 돈 돈 !

   돈이 뭔가.

   돈은 권력이고 명예이며 종교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돈의 위력은 더 커진다. 복잡하게 얽혀 뒤틀어진 세상사도 돈은 간단하게 풀어내어 재단을 한다. 법이 해결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사건들도 돈은 뒤탈 없이 깔끔하게 해결한다.

  

   돈은 인간에게 절대적인 공공재로서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며, 도덕의 가치기준도 돈이 결정한다. 공기보다도 더 소중한 돈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숨통이 막혀 쩔쩔맨다. 급기야 산소 같은 돈이 모자라는 사람들은 숨을 쉴 수가 없어서 그냥 고스러진다.

  

   돈은 사람들을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하며 비참하고 비굴하게도 만든다. 돈 때문에 영광스럽고 돈으로 인해 굴욕스럽기도 하다. 어떤 이는 돈을 내어놓고 굶주리는 사람들을 구제하여 명예를 얻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돈을 얻고자 자신의 장기를 내어 놓거나, 자신의 몸으로 잉태한 소중한 생명을 다른 사람에게 건네기도 한다.

  

   돈을 얻기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범행을 자행하고, 때로는 잔혹한 살인을 서슴지 않는다. 의술의 경지에 이른 의사도 숨이 넘어가는 돈 없는 환자들을 앞에 두고 냉정하게 뒤 돌아서야 하는 현실은 인간의 모습이 아니다. 분명히 인간들은 뭔가에 씌어져 살아가고 있다. 그게 돈이다. 

  

   인간에게 돈은 죄악이다.

 

   인간사회를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돈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인간이 본성을 지키면서 평화롭게 살아가고자 한다면 돈은 가장 추악하고 조악한 물건이다. 인간이 동물만큼만 지혜로웠다면 돈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의 간악함이 빚어낸 돈 때문에 인간은 스스로 숨통을 죄이며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다.

  

   돈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돈으로는 절대 행복에 다다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학자들의 통계에 의하면 일정수준 이상의 복지가 보장되는 나라에서 오히려 자살률이 늘어나고 행복지수가 낮다고 한다. 돈이 많은 사람들도 돈 때문에 힘들어 하면서 때로는 죽기도 한다. 돈이 행복의 척도가 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인간은 절대 권력자인 돈으로부터 자유를 꿈꾼다.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던 돈을 마음껏 갖지 못할 바에는 아예 세상에서 돈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면 인간세상은 그림 같은 행복한 삶이 이루어 질 것이다. 권력도 명예도 절대자도 필요 없는 순백의 도화지 같은 절대평등의 세상이 열릴 것이다. 

  

   다음세대의 어느 날, 돈에 지친 인간들이 돈으로부터의 자유를 얻고자 지구상의 모든 돈을 우주로 날려 보내기로 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기려한다면, 돈이 막강한 권력과 힘을 버리고 인간들이 원하는 대로 지구에서 쉽게 떨어져 나가줄까. 이제는 인간이 만든 돈을 인간이 버릴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인간은 멋쩍은 돈 보다는 참된 삶을 원한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데 돈이 필요한건 아니다. 그렇지만 인간은 돈을 원한다. 그래서 돈 때문에 괴로워한다. 돈은 인간주변에서 맴맴 거리며 요괴와 같이 붙어서 인간들의 세상사를 간섭하고 옥죄며, 인간의 욕망을 무참히 짓밟기도 한다.

  

   절대 권력자인 돈으로부터 자유를 얻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참 행복을 얻고자 한다면 돈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렇다고 돈을 멸시하거나 경시할 수는 없다.

  

   돈을 소유하거나 가질 수는 없다. 돈은 가지려 하면 도망을 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냥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친구처럼 대할때 돈은 잠시나마 우리의 벗이 되어 줄 것이다. 필요하지만 마음껏 가질 수는 없고, 밉지만 버릴 수는 없는 돈. 인간은 돈으로부터의 무한한 자유를 꿈꾸는 영원한 돈의 노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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