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칸(旅館)에서의 하룻밤]
유후인으로 이동하는 길가에 수증기를 뿜어대는 풍경을 만나는 경험은 이국적이다. 삽질 한 번이면 뜨거운 온천물이 쏟아질 것 같다. 온천 천국임을 굳이 입증하지 않아도 스스로 그러하다. 길을 서둘러 '七色의 風' 료칸에 여장을 풀고 저녁식사를 한다.
저녁상은 우리나라 한정식과 비슷하다. 생선회와 와규 구이를 비롯해 다양한 반찬이 차려지고, 전체적으로 깔끔하다. 자극이 거의 없는 일본 특유의 맛이다. 문제는 숟가락을 제공하지 않는 일식 문화다. 연세가 있는 어머님은 이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젓가락질이 느슨해 음식을 흘리기도 하고, 된장국그릇을 들고 마셔야 하는 식사도 버거워 보인다. 숟가락을 달라고 요청할까 고민했지만, 일본인들의 젓가락에 대한 자부심을 떠올리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이니, 손님이라도 훼손하지 말아 달라는 무언의 부탁처럼 느껴졌다.
온천수의 성분은 모르겠으나 형태나 운영 방식은 우리나라 온천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시설이 오래돼 수증기가 빠지지 않고, 시야가 흐려 답답하다. 조명마저 어두워 사람을 분간하기도 쉽지 않다.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왜 이런 불편한 시설을 유지하는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어쩌면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소화하려는 의도일지도 모른다. 별의별 생각이 스친다. 그나마 물이 부드럽고 피부에 닿는 감촉이 좋은 것은 다행이다.
다다미방으로 꾸며진 객실은 일본 전통의 분위기를 살렸지만, 벽에 달린 작은 온풍기는 어딘가 이질적이다. 게다가 난방 능력도 부족하고 바닥 난방도 되지 않는다. 창문은 허술해 외풍이 들고, 식구들 모두 추위에 떨어야 했다. 모처럼 어머님의 이불을 다독이며 함께 눕는데, 생각보다 움직임이 불안하다.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서는 것도 힘겨워 보이고, 걸음걸이도 위태롭다. 그동안 애써 외면해 온 모습이다.
가까이서 들리는 숨소리를 들으며 어머님과의 인연을 새삼 실감한다.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시면 좋겠지만, 생명은 유한하다. 만고의 진리다. 벗어나기보다는 어떻게 순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2026년 1월 30일






'記 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벳부 가마도(부뚜막) 지옥(규슈여행 2일차) (5) | 2026.02.04 |
|---|---|
| 유후인 마을과 금린호(金鱗湖)(규슈여행 2일차) (4) | 2026.02.04 |
| 아소산(규슈 여행 1일차) (6) | 2026.02.02 |
| 후쿠오카행(규슈여행 1일차) (8) | 2026.02.02 |
| 춘천 중도 물레길 (11) | 2025.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