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수 없었던 아소산 분화구]
후쿠오카에서 승용차로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아소산 가는 길에는 삼나무와 대나무가 많다. 잘 관리된 삼나무는 깔끔하게 쭉쭉 뻗어 있어 일본 특유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일본에서의 삼나무는 산림으로서 뿐만 아니라 건축재료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아소산 가는 길은 구불구불한 산길이 많아 한국의 어느 산간 지방을 방문하는 분위기다. 길 주변에 듬성듬성 흩어져 있는 마을은 흡사 한국의 시골 풍경을 만나는 느낌이어서 친밀감이 있다.
아소산은 해발 1,592m의 거대한 칼데라 화산으로, 일본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 중 하나다. 나카다케 분화구가 현재도 쉬지 않고 수증기와 유황가스를 내뿜으며 활동 중이다. 살아있는 화산 분화구를 만난 건 처음이다. 한눈을 팔았다간 시뻘건 불꽃과 화산재가 솟구칠 것만 같다. 괜히 몸에 힘이 들어간다. 신비감마저 도는 분화구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지만, 바람이 불어 유황 가스가 날리거나 눈이 오는 등 기상 조건 때문에 올해 들어 통제를 풀지 않고 있어서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여행할 때마다 아쉬움을 남기는 일은 옥에 티를 만나는 것처럼 예사로운 일이어서 서운함은 없다.
아소산 전망대에 올라 나카다케 분화구와 주변 풍경을 조망하는데, 휠체어를 타고 오를 수 없어 어머님과 함께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차에서 기다리시던 어머님은 자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마냥 좋으신 듯 분화구 관람 따위는 보나 마나 큰 관심이 없는 듯 태연하다.
아소산 주변에는 화산지대답게 오름이 많다. 거의 대부분 초지로 형성되어 방목장으로 활용되었는데, 지금은 그 명맥만 유지한다. 가끔 말이 풀 뜯는 풍경을 만날 수 있어 제주도 한라산 주변인 듯 익숙한 풍경이다. 한 때 이 지방에는 유제품의 주요 산지로 명성이 자자했다. 일 년에 한 번씩 오름의 초지를 불태우는 축제를 하는데 군데군데 시커멓게 불에 탄 흔적이 남아있다. 우리나라 창녕 화왕산 억새 불태우기 축제를 연상케 한다.
그리 춥지 않은 날씨인데도 아소산 전망대 바람은 차갑다. 한기를 느껴 오래 머물 수 없어 서둘러 발길을 돌린다. 분화구는 다음으로 미루고, 우리는 유후인 숙소로 향했다.
2026년 1월 30일








'記 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유후인 마을과 금린호(金鱗湖)(규슈여행 2일차) (4) | 2026.02.04 |
|---|---|
| 유후인, 료칸(旅館)에서의 하룻밤(규슈여행 1일차) (8) | 2026.02.02 |
| 후쿠오카행(규슈여행 1일차) (8) | 2026.02.02 |
| 춘천 중도 물레길 (11) | 2025.11.26 |
| 덕적도 기행 (20) | 2025.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