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너를 만나기 위한 하루]
공군 레이다 기지 신축 공사 방호시설 관련하여 기술 및 공사수행 여부를 검토하기 위하여 덕적도에 간다. 연신내에서 지하철 첫 차를 타면 인천 연안부두까지 배 시간을 맞출 수 없어 대중교통을 포기하고 승용차로 이동했다. 월요일 아침 연안여객터미널에는 주말처럼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인천시내나 주변에서 주말을 보내고 섬으로 출근하는 사람들, 휴가 나왔다 복귀하는 군인들, 자식이나 잔치 등 집안일 마치고 귀가하는 섬 주민들, 트레킹이나 하이킹,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우리는 주류가 아닌 이방인이다.
덕적도는 덕을 쌓는다는 의미를 지닌 섬으로서 덕진도(德津島)라 불리기도 했다. 옹진군에서 백령도 다음 큰 섬으로서, 옹진군에 흩어져 있는 여러 섬을 가기 위해 거쳐가는 거점 섬이라고 볼 수 있다. 서포리 해수욕장 등 여행지가 몇 있지만, 명성을 얻을 만한 관광지는 없다. 그저 평범한 섬으로서 농사짓고, 뱃일로 삶을 꾸려간다. 최근에는 펜션, 민박 등 여행자들을 위한 서비스업이 일정 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연안부두를 출발한 배는 여객선의 경우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장비를 실은 승합차와 함께 가야 하는 우리는 화물선을 겸하는 배여서 2시간 정도 걸린다. 항구를 출발하자마자 학익진 전술을 펼치며 뱃길을 막고 있는 구조물이 21.3km의 인천대교다. 인천대교를 통과하지 않고는 서해 바다로 나갈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배는 느릿느릿 인천대교 밑을 지난다. 인천대교 개통기념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다리 위를 달린 기억을 떠올린다. 일생에 딱 한 번만 달릴 수 있는 마라톤 대회여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어쩌면 저 다리를 철거할 때까지 다시 달릴 수 있는 기회가 올까. 새삼 떠올려도 뿌듯한 울림이 느껴진다.
연안부두와 점점 멀어지는 배는 작은 섬들의 호위를 받으며 덕적도가 내민 손을 잡는다. 바람이 불지 않고 안개가 없어 무사히 제시간에 닿았다. 관광지가 아니어서 그런지 여느 섬 같지 않고 무심하게 아무 일 없는 듯 무미하다. 부두 주변에 있는 민가들 지붕에 연한 분홍색으로 칠해져 있다. 아마 지자체에서 특색 있는 색감을 연출하기 위하여 지원하는 것 같다. 승합차를 타고 현장으로 가는 길에도 한산한 농촌 풍경이 이어지다가 산 길을 넘는다. 민가들이 올망졸망 이어지다 끊어지며 옛 영화를 그리워한다. 덕적도 전성기에는 약 2만 명 정도의 인구가 제 나름대로 바쁘게 살았는데, 지금은 고작 2천 명에도 못 미친다니까 시절의 변화가 체감된다.
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다시 인천대교를 만난다. 덕적도에서 3시간 정도 더 멀리 나가 우럭, 광어 낚시 다닐 때, 쿨러박스에 한가득 채우고 인천대교를 만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는데, 단순히 덕적도에서 일만 보고 돌아오는 길은 특별한 자극이나 희열이 없어 무심할 뿐이다. 덕적도에 볼 만한 관광자원이라도 있으면 가슴이 심심하지는 않았을 텐데 아쉽다. 연안부두에 도착해 일몰을 만난다. 고단한 하루를 열심히 살았을 붉은 해를 꼭 안으며 오늘의 심심한 덕적도 기행을 위로한다. 너를 만나기 위한 하루였다.
[일시] 2025년 11월 3일
[장소] 옹진군 덕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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