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記 行

벳부 가마도(부뚜막) 지옥(규슈여행 2일차)

[지옥과 멀지 않은 도시, 벳부]
 
벳부에는 유후인보다 온천이 더 촘촘하게 형성돼 있다. 도시 곳곳에서 김이 오르고, 길가 배수구에서도 온천수가 흘러나온다. 온천은 관광 상품이기 이전에 생활 인프라다. 벳부는 온천을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온천과 함께 살아가는 도시다. 지표면으로 용출되는 온천수의 온도는 섭씨 100도를 넘나 든다. 온천수가 지나치게 뜨거워 그대로 사용할 수 없기에, 마을 곳곳에서 수증기를 뿜어내며 온천수를 식히는 풍경이 펼쳐진다. 이 모습은 묘한 감상을 불러온다. 온도가 낮아 보일러로 물을 데워야 하는 우리나라 일부 온천과 비교하면, 국내 온천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벳부에는 땅이 부글부글 끓어 '지옥'이라는 이름을 붙인 온천이 여럿 존재한다. 그중에 가마도(부뚜막) 지옥을 들어간다. 죽을 끓이듯 진흙이 부글부글 끓는다. 옛사람들이 땅이 끓은 풍경을 연상하여 지옥의 개념을 이해했을까. 저기에 들어가지 않으려면 죄를 짓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그동안 지은 죄를 어떻게 용서받을까 생각하니 앞 뒤 분간이 서지 않는다. 하는 수 없다. 그동안 지은 죄는 그것대로 죗값을 받고, 앞으로는 지옥에 떨어지지 않도록 마음을 잘 여며야겠다. 더 많이 봉사하고 참회하면 이전에 지은 죗값도 조금씩 옅어질지도 모르니 열심히 잘 살아보자.
 
가마도 지옥은 공간이 그리 넓지 않은데, 에메랄드 호수,  황토 호수, 섭씨 100도 용출수, 진흙이 끓는 곳 등 형태가 다양하다. 그중에 진흙이 보글보글 끓는 곳에서 해설자가 한국 사람들에게는 한국말을 구사하며 해설한다. 그는 짫은 한국어 단어들을 조합하여 약간은 좌중을 웃겨가며 설명하는데, 그는 한국어를 전혀 못한다고 한다. 설명을 위한 단어만 외워서 그럴싸하게 해설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웃었다. 너나 나나 먹고사는 문제는 쉽지 않구나. 
 
유후인이 관광객 중심의 마을이라면, 벳부는 대학과 병원, 주거지가 공존하는 도시다. 넓은 바다를 끼고 발달한 만을 중심으로 형성된 해양 도시이기도 하다. 지표면과 하수구 곳곳에서 수증기가 마구 분출되는 풍경을 보고 있자니, 도시 전체가 지옥으로 들어가는 관문처럼 느껴진다. 지표면 가까운 어딘가에서 마그마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적어도 벳부에 머무는 동안만큼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더욱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옥은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긴다.
 
 
2026년 1월 31일
 

가마도 지옥의 에메랄드 빛 온천수
뱃부 앞바다
가마도 지옥 출입구
가마도 지옥의 철분이 다량 함유된 온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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