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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수락산/불암산

[기차바위를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

 

수락산은 기암이 많아 다소 거칠지만, 서울의 동쪽을 굳건하게 지키는 난공불락의 성벽 같다. 수락산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기차바위가 생각난다. 장암역에서 들머리 석림사 방향으로 올라 기차바위에 이르는 길부터 만만치 않다. 능선에 오르기 전까지 몇 번이나 숨을 고르며 깔딱고개를 오른다. 

 

오를 때마다 오금을 저리게 했던 기차바위에서 얼마 전 사고가 발생해 한동안 접근이 통제됐다가 최근 다시 개방됐다. 안전 데크를 설치하고 로프를 교체한 흔적에서 산객의 안전을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봄철이면 기차바위를 오르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지만, 추운 겨울이라 산객은 뜸하다. 우리 일행은 수락산 최고의 릿지 코스인 기차바위에 발을 붙였지만, 역시 쉽지 않다.

 

기차바위 중간을 조금 지나자 더 가팔라진다. 팔힘마저 빠지니 덜컥 겁이 난다. 밧줄을 잡은 팔이 저리기 시작한다. 내려갈 수도 없고, 오르자니 팔과 다리가 미세하게 떨린다. 바위에 붙어 잠시 숨을 고를까 싶었지만,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얼른 이 구간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그 순간 설악산 산양이 떠오른다. 그들은 이보다 더 험한 바위를 날아다니듯 오르내린다. 세상의 만물은 저마다 감당할 몫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겨우 기차바위를 빠져나온다. 예전에는 가뿐하게 올랐는데, 이제는 나이를 실감한다. 나는 과연 이 바위를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

 

당초 수락산만 오를 계획이었지만, 발길을 불암산까지 이어간다. 수락산과 불암산은 산세가 묘하게 닮아 형제처럼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겨울 산에서는 오래 쉴 수가 없다. 땀이 식기 전에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땀이 식으면 한기가 들고,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꽃 하나 없는 겨울 산은 냉랭하지만, 시야가 탁 트인 도심 풍경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산은 참 묘하다. 오를 때는 힘겹고 지치지만, 정상에 서면 긍정의 에너지를 한아름 안겨준다. 삶이 버거울 때도 ‘지금 잘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건넨다. 내가 불평을 늘어놓고 쓴소리를 해도 산은 묵묵히 들어주다가 말없이 어깨를 토닥인다. 어느 순간, 산이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산은 참 좋은 친구다.

 

 

[산  행  지] 수락산/불암산

[산행 일시] 2026년 1월 3일

[산행 경로] 장암역 - 노강서원 - 석림사 - 기차바위 - 주봉 - 덕릉고개 - 불암산 - 상계역(12km)

[산행 시간] 5시간 20분 

 

기차바위
기차바위
불암산
쥐바위
상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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