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그러하다]
지구가 쉬지 않고 해는 뜨고 진다. 지구가 멈췄다가 다시 도는 것도 아니고, 어제도 그랬고 내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해가 어디 숨었다가 불쑥 나타나는 것도 아닌데, 새해 일출맞이에 의미를 부여하고 법석을 떤다. 영하 13도의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출 맞이 대열에 합류했다. 하늘이 맑으니 일출도 멋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해발 837m, 수도권 일원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백운대에서 맞는 일출은 또 다른 상징을 지닌다. 된 숨을 몰아 백운대 암문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해 뜰 때까지는 1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백운대로 곧장 올라가면 추워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암문에서 기다린다. 높은 산에서는 일출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산 길이 험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밤길에다 산행 시간은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니 번번이 때를 놓치기 일쑤다. 늦어지면 해를 놓치기 쉽고, 이르면 정상에서 추위를 견뎌야 한다.
백운동 암문에서 정상 오르는 길은 줄지어 선 사람들로 더디다. 걔 중에는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다. 해가 뜨지도 않았는데, 그들은 정상에서 1시간 이상 기다리다가 추위를 견디지 못해서 내려오는 길이다. 벼르고 별러서 새해 일출을 맞으러 밤 잠을 설치며 올랐건만, 정작 해는 보지도 못하고 내려와야 하는 그들은 속상하겠다. 하지만, 고집스럽게 추위를 버티는 것보다는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그들의 무사 안녕을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정상 부근에는 사람들이 빼곡하다. 해를 만나려면 아직도 삼십 분은 더 기다려야 한다. 바람이 심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바람까지 불었다면 나 역시 내려왔을지 모른다. 예보된 시간이 지났는데도 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에 검은 구름띠가 걸려 있다. 해는 이미 떠 있었고, 다만 구름에 가려졌을 뿐이다. 잠시 머뭇거리다 구름 위로 해가 오른다. 이미 날이 밝아 해는 선명하지 않다. 조금은 아쉽지만, 자연이 하는 일을 어찌할 수 있겠는가.
해를 만난 뒤의 하산도 쉽지 않다. 차가운 바윗길 난간에 기대어 차례를 기다린다. 무리하다가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늘 만난 해가 시원찮다고 해서 실망할 일은 아니다. 내일도 지구는 멈추지 않고 돌 것이고, 해는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다.
날마다 해를 품어도 가슴이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해를 만났다 하여 기뻐할 일도, 해를 만나지 못했다 하여 실망할 일도 아니다. 처음부터 자연은 그러했다.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산행 일시] 2026년 1월 1일
[산행 경로] 북한산성 입구 - 백운대 - 북한산성 입구(8km)
[산행 시간] 4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