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살 붙은 고소공포증]
비가 잦은 가을은 만나기도 전에 한 뼘씩 줄어든다. 조급한 마음에 흐트러진 구름 자락을 들춰 능선에 올라서니 산은 찐빵 솥에 갇힌 듯 그 경계가 분명치 않다. 도봉역에는 산꾼들로 왁자지껄했는데, 다락능선은 한산하다. 바위가 많은 능선 길이 미끄러우니까 피해 갔나 보다.
호흡을 몰아 능선 끝자락에 오르니 커튼을 열어주는 듯 마는 듯 구름이 부산하다. 곰탕에 갇혀 있다가 숨바꼭질하듯 잠시 열리는 틈으로 탄성을 지른다. 산이 완전히 열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마음껏 산 맛을 느끼는 것도 좋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감질나게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슴에 많이 담을수록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잘 숙성된 와인은 혀끝에 닿기만 해도 향기와 품격을 느낄 수 있다. 더 많이 보여달라고 투덜거리지 않았다. 잠깐의 조우만으로도 아쉬움을 접고 발길을 돌린다.
악명 높은 Y계곡에도 미끄럽기는 마찬가지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친구는, 빗길이 아닌 마른날에도 난도가 높아서 쉽지 않은 길을 어떻게 극복할지 은근 걱정했다. 그런데 예상외로 잘 올라간다. 그동안 엄살을 부렸던 것일까. 아마 친구는 난도 높은 미끄러운 길에서 엄살 부릴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어설프게 엄살 부리다 자칫 사고 날 수도 있으니까 바짝 긴장했던 것 같다. 아마 난도가 좀 낮았거나 맑은 날씨였으면 차라리 엄살도 부렸을 것이다.
낯선 환경이나 극한 상황에 처할 때, 미리 질겁하기보다는 차분하게 긴장감을 갖고 대처하면 길이 있다. 인간에게는 잠재된 욕망만큼이나 본능적이고 초인적인 해결 능력을 겸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Y계곡을 무사히 건넌 친구는 한 뼘 더 성장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무턱대고 겁 없이 덤비기보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면 못 오를리 있겠나.
[산행 일시] 2025년 10월 18일
[산행 경로] 도봉산역 - 다락능선 - 은석암 - 포대능선 - Y계곡 - 우이암 - 우이역(10.5km)
[산행 시간] 5시간 10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