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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차마고도(호도협)


리장 시내 숙소에서 호도협까지 가는 길 양옆으로 소나무 숲이 빼곡하다. 소나무 크기가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어떤 시점에 변곡이 있었던 것일까. 나시 객잔에 도착해 점심을 해결하고 본격적으로 차마고도 길에 나선다.

차마고도길 시작점이 호도협이다. 호도협은 호랑이가 뛰어서 건넌다는 전설을 품은 대협곡이다. 차마고도 길과 옥룡설산을 사이에 두고 천길 낭떠러지 대협곡이 형성되어 있고 그 밑바닥으로 금사강이 힘차게 흐른다. 금사강의 굽이치는 물소리가 귓전에 쟁쟁하게 들려 산객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금사강은 이 협곡을 지나 장강에 닿는다고 한다. 그 장강은 수천 킬로미터를 흘러 황해에 이르는 대장정을 이어간다.

윈난성 리장은 나시족들의 본거지다. 현재 리장 인구의 40%  정도는 나시족이 차지하고 있다. 나시족들은 자신들의 고유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들만의 문자인 동파문자를 보유했다. 현재 문자는 희미해졌고 언어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윈난성은 보이차의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차마고도는 이곳에서 나는 보이차를 말에 싣고 티베트로 가서 소금과 말 등 각종 물산들을 교환해 오는 일종의 교역로인 셈이다. 티베트 쪽에는 산들이 험하고 식물들이 생존하기 힘든 지역이어서 그들에게 보이차는 비타민 등을 섭취할 수 있는 중요한 물산이었다. 사람도 교차하기 힘든 험한 길에 교역단이 맞서게 되면 말은 교차할 수 없게 된다. 그럴 경우 양쪽 교역단 수장이 제비 뽑기를 해서 한쪽의 물품에 대한 보상을 협의하고 말은 강물에 떨어뜨려 수장시킬 수밖에 없었다 하니 이 길은 생명을 담보한 길이었다.

해발 2,250 미터에 자리 잡은 나시객잔에서 차마고도 길에 들어서자마자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28 밴드까지 오르는 길에 갑자기 고도를 올리다 보니 약간 어질어질한 느낌이 들고 고산증세가 감지된다. 쉬어가면서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는 구간이다. 28 굽이를 돌아 올라 해발 2,700미터 28 밴드 정상에 서니 맞은편 옥룡설산이 웅장하게 가슴에 닿는다. 대협곡을 사이에 두고 숨이 막힐 것 같이 압도하는 풍경에 자신도 모르게 욕이 나온다.

28 밴드부터는 옥룡설산을 시야에서 떼어낼 수 없는 평지 길이 이어진다. 천길 낭떠러지를 끼고 올망졸망한 길을 조심스럽게 걷는다. 산 쪽으로는 솜다리, 도깨비바늘 등 눈에 익은 들꽃들이 반겨 산객에게 힘을 돋운다. 동행 길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중국 여성 청년 무리가 시끌벅적하게 넘치는 에너지를 쏟아내며 반가운 인사를 한국말로 건넨다. 참 묘하고 든든한 자부심이 생기는 경험이다. 중도객잔까지 가는 길에 그들은 비타민이 되었다.

차마 객잔을 지나 중도객잔에 들러 지친 하루의 여장을 푼다. 밤하늘에 별들이 빼곡하게 박혀 이마에 닿는다. 산객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말없이 기다렸을 초롱초롱한 별빛이 가슴에 안긴다. 중도객잔 지역에 10여 개의 객잔이 성업 중이다. 건설 중인 객잔도 서너 개 눈에 뜨인다. 천하의 요새 같은 풍경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니까 생기는 현상이지만 우후죽순 늘어나는 객잔의 풍경이 옥에 티처럼 눈에 거슬린다. 객잔에서 제공하는 음식이며 서비스는 고급 호텔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해발 고도 2,500미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치고는 과분할 정도다.

중도객잔의 밤은 쉬 잠이 든다. 이른 새벽  별빛이 잠을 깨워 실눈을 뜨니 옥룡설산의 실루엣이 병풍처럼 막고 있다. 산객들은 험한 길을 체험하러 이 국 만 리 타국에 시간과 비용을 들여왔지만, 이곳에 사는 나시족들은 저 험한 옥룡설산이 이생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옥쇄처럼 답답하지 않았을까.

중도객잔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호도협의 물길을 따라 차마고도 길을 이어간다. 관음폭포에 이르러 가슴을 크게 벌리고 폭포수 물길을 연다. 그 순간 나도 폭포가 된다. 관음폭포를 지나서는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장선생님 객잔에 이르는 길이 가파른 내리막길이어서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은날에는 꽤 신경 쓰이겠다.

중호도협은 정비기간이어서 빵차를 타고 상호도협으로 이동하여 관광 모드로 전환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붐빈다. 이 험한 골짜기가 그렇게 매력적인가? 주차장에서 강가에 닿는 방법이 두 가지다. 계단을 이용하는  방법과 에스컬레이트를 타는 방법. 에스컬레이트 타는 비용이 10달러인데 연신 줄을 선다. 비단 장사 왕서방이 떼 돈을 번 이유가 있었구나.

KBS 다큐에서 만났던 차마고도 길. 꼭 경험해 보고 싶었는데 맛보기만 했다. 마음 같아서는 수백, 수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을 구도하는 마음으로 걸어보고 싶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그들이 걸었던 길은 수년 씩 걸리는 생명을 담보하는 길이었으니 체험 산객은 적당한 선에서 자족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함을 깨달으며 발걸음을 멈춘다.

[산행 일시] 2025년 9월 14 ~ 15일
[산행 경로] 나시객잔 - 28 밴드 - 차마 객잔 - 중도객잔(1박) - 대나무숲 - 관음폭포 - 장선생님 객잔(17.5km)
[산행 시간] 7시간 50분(운동 시간 기준)

 

호도협 계곡

 

나시객잔
천남성
금사강
솜다리
옥룡설산
도라지 모싯대
도깨비바늘
옥룡설산 일몰
중도객잔
관음폭포
락스퍼
상호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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