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을 잇는 다락능선]
다부진 바위가 숲을 이루고 있는 암릉을 따라 다락능선을 오른다. 도봉산을 수없이 올랐지만 다락능선, 포대능선, Y계곡 코스는 처녀산행이다. 이런 멋진 비경을 두고 왜 이제야 찾게 되었는지 살짝 송구한 마음이 든다. 암릉이 많아 코스 난도가 높은 편이지만, 위세 등등 한 자운봉 능선과 어깨를 견주며 올망졸망 오르는 산행길은 저절로 가슴이 웅장해진다.
폭염을 쏟아붓던 여름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지만, 어느새 가을의 전령사인 버섯들이 여기저기 돋아난다. 막바지 더위가 칭얼대지만, 온 산에 버섯들이 수군대며 더위를 빨아들이면 곧 수그러들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산은 소리 없이 채우며 푸르러지고 있지만, 이내 단풍이 들면 말없이 버릴 줄도 알게 될 것이다.
다락능선 중간쯤 올랐을 때, 반가운 미소를 만난다. 전혀 기억이 없어 의아스러운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인사를 받았다. 설악산 공룡능선에서 만났던 적이 있다며 확신에 찬 인사를 건넨다. "글쎄요. 공룡능선은 자주 갑니다만"...., 그는 재작년에 공룡능선 길에 만나서 1275봉 정상 길을 안내했던 여성 산인이다. 새삼스러운 기억을 떠올렸다. 무지 반갑기는 하지만 단박에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했다. 그 후로도 공룡능선을 몇 번 갔지만, 더는 1275봉 정상을 넘보지 못하고 있다. 위험한 코스여서 감히 도전할 엄두도 못 내는데, 그는 대단한 담력을 가진 멋진 산인이었다. 산꾼의 인연은 산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체득한다.
가파른 암릉구간을 지나 다락능선 정상부 바위에 올라서니 세상을 향해 날 세웠던 나의 감정도 순해진다. 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지치면서도 꾸준하게 산을 오르지만 아직은 모자람이 많다. 매번 산에 오르면 나를 옥죄던 못난 분노의 감정은 한낮 먼지 부스러기였음을 느끼게 된다. 대충 어영부영 살아서는 진실된 나를 찾을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잊히고 깨닫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단풍 들겠지 뭐. 그때 소리 없이 사라지면 될 것이다.
가을이 오면 가슴에 맑은 바람길 하나 내어 오롯이 솟은 바윗길 따라 님 마중 가자.
님 만나거든 격하게 반가워하기보다는 겸연쩍게 웃자.
내려오는 길에도 님 그림자 구겨질라 사뿐사뿐 소리 없이 걷자.
[산행 일시] 2025년 9월 7일
[산행 경로] 도봉산역 - 북한산 탐방지원센터 도봉분소 - 은석암 - 다락능선 - 포대능선 - Y계곡 - 신선대 - 마당바위 - 천축사 -
북한산 탐방지원센터 도봉분소 (8.5km)
[산행 시간] 3시간 30분





















